[D:방송 뷰] 현실성 밀어낸 드라마 속 판타지와 히어로

류지윤 2021. 3. 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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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반영한 이야기보다 만화적 상상력 더한 쾌감 선호"

“저 장면에서 저게 가능해? 말도 안된다.”


2021년 브라운관에서는 현실적으로 개연성 높은 설정으로 속칭 ‘웰메이드’라 불리던 드라마들이 힘을 잃고 있는 반면, 만화적 상상력으로 그려진 캐릭터와 상황들이 극대화된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SBS ‘펜트하우스’, JTBC ‘시지프스: the myth’, tvN ‘빈센조’를 보는 시청자들은 앞서 던진 질문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공감 대신 재미를 택한 것이다.


현실성이 중요한 사회고발이나, 전문직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각광 받던 흐름이 만화적 상상력이 중심이 된 드라마로 옮겨진 것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OCN ‘경이로운 소문’, tvN ‘여신강림’ 등은 물론 카카오TV ‘연애혁명’ 넷플릭스 ‘스위트홈’까지 웹툰 기반의 드라마들이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캐릭터로 팬덤을 형성한데 이어 대중까지 섭렵했다.


웹툰을 원작이 아닌 창작 시나리오에도 현재의 흐름은 적극 반영되고 있다. 4회 만에 24.0%(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을 기록한 SBS ‘펜트하우스’ 시즌2에 개연성을 바라는 시청자는 없다. 예로 오윤희(유진 분)가 ‘어떻게’ 천서진(김소연 분)을 속이고 그의 오페라 공연의 ‘목소리 대타’가 됐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오윤희가 천서진의 약점을 잡고 흔드는 것에 집중하고 환호한다. 불륜, 폭행, 학교 폭력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설정들이 난무해 빈축을 사기도 하지만, 오히려 현실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한다.


JTBC ‘시지프스’는 장르 자체가 판타지다. 위상이동을 통해 시공간을 이동하는 색다른 세계관에 시청자를 초대했다. 미래의 사람들은 현재에 ‘업로더’를 통해 건너올 수 있고, ‘업로더’를 통해 현재에 온 사람들인 서해(박신혜 분)를 밀입국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밀입국자를 쫓는 사람들이 단속국이다. 또 밀입국자를 돕는 박사장(성동일 분) 브로커로 명명해 드라마를 꾸려가고 있다.


서해가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멀쩡하고, 미래에서 갑자기 사람이 뚝 떨어져도,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와도 시청자들은 ‘시지프스’의 세계관 안에서 몰입해 따라간다.


송중기 주연의 ‘빈센조’는 만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히어로 물이다.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에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의는 승리한다’가 아닌, 악에 맞서는 악을 주인공 빈센조(송중기 분)가 담당한다. 인권변호사 홍유찬(유재명 분)의 “나같이 마음만 앞서고 바른 것만 외치는 노땅은 이 썩어 빠진 놈들을 이길 수가 없어요. 독하고 강하고 뻔뻔하게 그놈들을 상대해야 돼요”란 대사가 타드라마와 다른 ‘빈센조’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빈센조는 조직폭력배를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혼자의 힘으로 다수를 제압한다. 또 마약을 신약개발로 속인 바벨그룹 장회장(곽동연 분)의 침실 안 베게에 주사기 50대를 꽂아놓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하고,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로 지내도 며칠 후 멀쩡하게 회복한다. 현실성을 따졌다면 히어로의 계획과 실행과정에 물음표를 던졌겠지만, 현재의 시청자는 빈센조가 악당을 제압하는 것이 더 큰 관심사다. 또한 빈센조가 악당들에게 자비가 없을수록 통쾌함을 느낀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제작사, 배우들도 모두 소재 다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한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최근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10개 중 6개는 히어로나 판타지물이다. 시청자들이 코로나19로 각박한 상황이 되다보니 심각한 이야기보단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 배우들도 판타지가 가미돼 시청자들을 대리만족 시켜줄 수 있는 시나리오를 우선으로 읽는다”고 전했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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