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사장님의 극적 변화, 백종원이 당부한 한가지
[김종성 기자]
"시도 좋아! 괜찮아요, 이 정도면. 처음 한 거 치고 괜찮네. 양념은 좀 잡아야 되겠지." (백종원)
분명 여러모로 서툴다. 행동이 약삭빠르지 못하고 굼뜨다. 그러다보니 답답하게 느껴진다. 말수도 적고, 목소리 크기도 작다. 톤도 낮다. 표정까지 어둡다.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패기가 보이지 않는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촌동 편의 연어새우덮밥집 사장님 얘기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케이스이다. 의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오해를 많이 받는다.
도울 필요가 있을까, 그럴 가치가 있을까. 방송의 힘을 좀더 간절한 이들에게 보태야 하는 건 아닐까. 시청자들의 날선 반응도 이해가 된다. 백종원의 재능을 낭비한다는 생각도 들 법하다. 그럼에도 백종원은 사장님의 손을 놓지 않았다. 다만, 멱살을 잡고 끌고가진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단지, 의욕을 보여주길 바랐다. 방송을 지켜 볼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말이다.
사장님은 그 기대에 부응하려 애썼다. 뎌뎠지만 한걸음씩 내디뎠다. 물론 누군가에겐 턱없이 부족한 에너지였을지도 모르겠다. 백종원은 왜 연어새우덮밥집 사장님을 도우려 했을까. 물심양면으로 도운 제작진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직 방송을 위해서 였을까. '빌런'을 섭외했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였을까. 그것만은 아닐게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요리 얘기를 하실 때는 막힘없이 얘기하시는 걸 보고 애정이 느껴졌어요." (정인선)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
ⓒ SBS |
사장님이 준비한 돼지고기 덮밥
가게 내의 찌든 때를 모두 없애는 대청소를 실시해야 했다. 청결에 대한 관념도 새로 장착해야 했다. 요식업의 기본기를 다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백종원은 따끔한 가르침과 따뜻한 응원을 통해 사장님은 변화시켜 나갔다. 사장님은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의욕을 보였다. 이제야 드디어 요리를 얘기할 차례가 됐다. 사장님은 돼지고기 덮밥을 준비해백종원 앞에 내놓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그래도 시도는 좋았다. 백종원은 처음한 것치고곤 괜찮다며 칭찬했다. 문제는 조리 시간이었다. 8인분 기준에 3시간~ 3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됐다. 너무 오래 걸렸다. 고기를 삶고 다시 굽는 등 조리 과정이 복잡한탓이었다. 백종원은 사장님에게 대만식 돼지고기 덮밥인 루로우판(간장 육수에 조린 돼지고기를 밥에 올려 먹는 음식)을소개했다.
방송 후 몰려들 손님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조리하기에 훨씬 간편한 루로우판(대만식 오향 돼지고기 덮밥)을 추천한 것이다. 사장님은 인터넷을 통해 레시피를 찾아보며 연습에 나섰다. 하지만 손님을 사로잡을 맛의 매력이 없었다. 백종원은 직접 시범에 나섰다. 양파를 먼저 볶으라고 했던 인터넷 레시피와 달리 고기부터 볶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고기를 충분히 볶아서 튀기거나 볶아진 식감을 살리려는 것이었다.
그리하면 조렸을 때에도 크리스피한 식감을 낼 수도 있었다. 또, 지방에서 기름이 충분히 나올 수 있게 했다. 조리 순서와 방법을 살짝 바꾸고 흑설탕을 넣자 사장님 버전과는 완전히 다른 루로우판이 탄생했다. 인터넷 레시피에는 안 적힌 '나만의 응용'을 적용하는 방법을 백종원은 몸소 가르쳐 주었다. 사소한 차이가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
"손님들은 사장님을 보고 가게와 음식을 판단하는 거예요." (백종원)
백종원은 사장님에게 한 가지 더 당부했다. 바로 자신감 있는 응대였다. 손님들은 사장님의 태도에 반응한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만큼 믿음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의 사장님은 지나치게 위축돼 있었다. 백종원은 사장님이 평소용모를 체크하고 표정을 연습할 수 있도록 거울부터 달게 했다. 사장님은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요리 연습을 시작했다.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
ⓒ SBS |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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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백종원은 도움을 줄 응원군을 투입했다. 긍정 에너지를 자랑하는 창동의 자랑, 닭강정집사장님들이었다. 그들이 누구인가, 첫 만남에서 백종원을 무장해제 시켜 치명적인 응대법을 인정받은 듀오 아닌가! 닭강정집 사장님들은 연어새우덮밥집에게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전달했다. 목소리 톤에서부터 목소리 크기, 마음가짐 등을 강조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연어새우덮밥집 사장님은 동종업계 선배들의 깨알 같은 가르침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모기만 하던 목소리에도 점차 힘이 붙었다. 촬영 이후 처음으로 밝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사장님은 엉성한듯 영리하게 느린 듯 차분하게, 자신만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다. 백종원도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 했다.
절실함은 사람마다 달리 비칠 수 있다. 어떤 이는 절박한 심정을 표현하는 방법조차 모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의욕조차 없는 건 아니다. 연어새우덮밥집 사장님의 경우가 그랬다. 분명 도움이 필요한 케이스였다. 붙잡아 줄 손이 필요했고, 백종원은 기꺼이 그 역할을 했다. 사장님의 달라진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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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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