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군가'에서 1위곡으로..'롤린'의 유쾌한 반란
유튜브가 불러온 ‘롤린’ 열풍이 음원 순위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2일 일간 차트에서 ‘롤린’은 전날보다 28계단 상승한 11위에 안착했다. 가수 아이유의 ‘에잇’,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 등 스테디셀러들을 모두 제쳤다. 소속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상 못 한 반응에 멤버들과 회사 식구들 모두 행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서도 섭외 문의가 쏟아지고 있어 소속사 직원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이 관계자는 “브레이브 걸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롤린’을 먼저 알아본 곳은 군대였다.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인수인계해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군인들 사이에서 ‘롤린’은 인기였다고 한다. 최근 화제가 된 2019년 해병대 제1사단 위문열차 공연 영상을 보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떼창’은 물론, ‘떼춤’까지 추는 집단 신명의 현장이 생생하게 담겼다. ‘롤린’의 뒤늦은 인기에 ‘흑역사’가 소환된 사례도 있다. 위문열차 장기자랑에서 ‘롤린’ 커버 무대를 선보인 해병대 제1사단 소속 다섯 장병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커버 영상이 뒤늦게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2021년 화질 높이면 안 되는 영상 1위” “해병대는 귀신을 저렇게 잡는구나”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롤린’은 K팝 기획사의 약점을 드러내는 노래이기도 하다. 곡의 분위기나 맥락과 관계없는 콘셉트로 논란이 일어서다. ‘롤린’ 발매 당시 소속사가 브레이브 걸스에게 붙인 표현은 ‘뒤태돌’이었다. 음반 표지도 멤버들의 신체 뒷모습을 강조한 사진이었다. 뱀파이어 콘셉트로 연출된 뮤직비디오는 노출 심한 의상 때문에 미성년자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다. 곡과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여성을 대상화하는 방식의 섹시 콘셉트를 기획한 건 소속사였는데도,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비난받고 해명하는 건 멤버들의 몫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논란이 된 이전의 ‘롤린’ 음반 표지는 곡의 분위기를 반영한 사진으로 최근 바뀌었다. ‘음반 표지가 보기에 민망하다’는 팬들의 항의가 통한 것이다. 음원 차트 1위에 “우리 앨범 커버 어쩌지”(은지)라던 멤버들 역시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 ‘롤린’의 ‘차트 역주행’과 함께 멤버들의 가창력과 무대매너도 관심을 얻고 있다. ‘뒤태돌’로 대상화되던 시간을 뚫고 드디어 이들의 음악과 실력이 진지하게 주목받게 된 것이다. 민영은 ‘롤린’의 인기를 견인한 유튜브 영상에 “잦은 멤버 교체와 공백기에 많이 지쳐있던 저희였는데 이 영상으로 멤버들 모두 힘을 얻고 간다”는 댓글을 남기며 고마워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브레이브 걸스의 향후 활동에 관한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멤버들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방TV 위문열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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