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때 카드 결제 수수료 공짜..비자와 직거래하는 3년차 스타트업
해외 가맹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해외 쇼핑몰에서 직구하는 소비자들은 그동안 결제 금액의 약 2.5% 정도를 거래 수수료로 냈다. 100만원짜리 가방을 사면서 실제로는 102만 5000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제 가방값만 내면 된다. 해외 결제 수수료가 0원인 카드가 나온 것이다. 지난달 15일 출시된 트래블페이카드바이트래블월렛(이하 트래블페이카드)는 달러·유로·엔화 구매에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대형 카드사가 아닌 3년 차 스타트업으로 해외 결제 수수료 제로 카드를 만든 트래블월렛의 김형우 대표를 지난 2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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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와 직거래, 브로커 빼고 수수료 낮췄다
Q : 수수료 없는 ‘직구 카드’가 어떻게 가능한가.
A : 한국인이 미국 아마존에서 신용카드로 구두를 산다고 치자. 구두값은 국내 카드사와 국내 금융사, 비자·마스터 등 카드 브랜드사, 미국 금융사를 거쳐 구두 판매자에게 입금된다. 소비자는 원화로 지불하지만 구두 판매자는 달러화를 받아야 하므로 환전 브로커가 늘어나며 수수료도 비싸지는 구조다. 이런 ‘다단계’ 결제 방식을 뜯어고쳤다.
Q : 그래서 어떻게 돈이 오가나.
A : 우리가 비자카드사에 돈을 주면, 비자가 구두 판매자에게 그 돈을 넘긴다. 중간 브로커인 현지 금융사와 국내 금융사를 없애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
Q : 금융사를 거치지 않아도 괜찮나.
A : 지난해 법이 바뀌었다. 기존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해외에서 이용한 카드 대금을 정산할 때 현지 ‘금융사’의 업무 대리가 필수였다. 지금은 현지 ‘금융사’가 아닌 현지 ‘법인’을 거치면 된다. 현지 법인이 꼭 금융사일 필요는 없다. 그래서 아예 미국에 법인을 세웠다. 대형 카드사가 미국 금융사에 위탁해온 외환 업무를 직접 하기 위해서다.
Q : 카드 수수료가 없으면 장사가 되나.
A : 소비자에겐 비용을 청구하지 않지만 구두 판매자에게 가맹점 수수료를 받는다. 국내 카드 대금 정산과 같은 방식이다.
Q : 어떤 통화로 결제하든 수수료가 공짜인가.
A : 총 13개 통화로 결제할 수 있는 데 달러·유로·엔화는 결제 및 환전 수수료가 아예 없다. 기타 통화는 결제 수수료는 없고 환전 수수료만 0.5%를 받는다. 1500달러짜리 가방을 산다고 가정하면 신용카드 기준 172만5000원을 내야 하지만 우리 카드를 이용하면 168만3000원만 빠져나간다. 약 4만2000원이 절약된다.
Q : 카드는 어떻게 이용하나.
A : 소비자가 직접 외화를 충전한 뒤 물건을 사는 선불 결제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트래블월렛 앱에서 30달러 충전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 환율에 따라 원화 3만 3615원이 연동해둔 은행 계좌에서 빠져나간다. 원할 때마다 언제든 이런 식으로 달러를 사 쟁여둘 수 있다. 달러가 쌀 때 많이 충전해두고 나중에 쇼핑할 수도 있다. 실물 플라스틱 카드와 모바일 카드 모두 제공한다.
Q : 이미 해외 직구 특화 카드가 많다. 이 카드만의 장점은.
A : 카드사 평균 해외 결제 수수료율이 2.5%다. 달러화 결제가 아니면 그보다 더 비싸다. 그런데 소비자에 돌려주는 리워드는 최대 1.5% 정도다. 전월 실적 조건도 있다. 우리는 3무(無)다. 연회비, 실적 조건, 최대 혜택 한도가 없다. 수수료 혜택만으로도 기존 카드사보다 달러·유로·엔화 결제는 1~1.5% 포인트, 기타 통화는 3~5%포인트 싸다.
Q : 충전 한도가 1600달러(약 180만원)다.
A : 현행법상 선불 지급 수단 충전 한도가 200만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 변동성을 고려해 한도를 더 낮췄다. 가전제품도 직구하는 시대에 180만원으로 뭘 사냐는 불만도 꽤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고려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Q : 앞으로 추가할 서비스는.
A : ‘사후 할인’을 ‘사전 할인’으로 바꿀 예정이다. 아마존에서 직구를 하면 결제 금액의 10%를 한 달 뒤 돌려주는 사후 할인 방식이지만 이달 중순부터는 아예 결제 단계에서 할인된 금액만큼만 결제하도록 바꾼다. 50달러짜리 운동화를 사면 45달러만 지불하도록 하는 거다. 궁극적으로는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이 싼값으로 외환 거래를 할 수 있는 외환 전문 은행을 만들고 싶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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