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미루며 버티던' 군입대, 남자 연예인들이 달라졌다
활동 당시 콘텐츠 지속 노출로 '활동 중단' 리스크도 사라져
유승준·MC몽 등 군 입대 논란 사례들이 학습효과 내기도
과거 연예계에서는 “군대는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라”라는 분위기는 당연시됐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데뷔해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군대에 갈 경우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질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런 관행이 깨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다수의 연예인들이 병역 의무를 미루지 않고 군 입대를 결정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가장 큰 이유는 달라진 병역법 때문이다. 2018년 5월 이전만 해도 대학원 진학, 형제 동시 현역병 복무, 민간자격증 시험 응시, 지역과 기관 홍보대사 활동 등을 이유로 만 30세까지 입영을 미룰 수 있었다. 그래서 연기 가능한 시기가 남았음에도 자원 입대를 결정하고 복무를 마친 연예인에게 일명 ‘까방권’(까임 방지권)이 주어지는 등 높이 평가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병역법에 따르면 지금은 만 28세 이후로 입영을 연기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지금은 질병이나 심신장애, 가족 사망 등의 불가항력적인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군 입대를 늦출 수 없다. 다만 연예인의 경우 만 28세 이후부터 만 30세 이전까지는 한류에 기여하는 해외활동을 전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과 병무청의 승인을 거쳐 입영을 연기하고 출국할 수 있다. 병역법의 변화가 최근 몇 년간 인기 연예인의 입대 시기를 만 28세에 집중되도록 한 셈이다.
그렇다 해도 만 28세가 되기도 전에 군 입대를 결정하는 연예인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배우 박보검은 만 27세였던 지난해 해군 군악·의장대대 문화홍보병 건반 파트에 지원했고, 최종합격해 같은 해 8월 31일 입대했다. 얼마 전, 전역한 그룹 샤이니 민호도 만 27세였던 2019년 4월 15일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펜타곤 후이(만 27세), 틴탑 리키(만24세), 뉴키드 지한솔(만 25세) 등도 올해 만 28세가 되기도 전에 군 입대했다.
젊은 시기에 활동이 집중되는 남자 아이돌 가수들에게 군 입대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정을 하는 건 군대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 변화, 병역에 예민한 국민정서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서 몇몇 연예인들의 병역 기피 의혹이 큰 논란이 되고, 그에 따른 비난 여론도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가는 상황을 봐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예인 군 관련 논란에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유승준(스티브 유)는 지난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병역의 의무를 질 필요가 없게 됐고, 동시에 병역을 기피할 의도로 의심을 받고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병무청은 그해 2월 유승준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고, 법무부 또한 이를 인정하면서 현재까지도 입국이 불가한 상태다. 최근 그가 유튜브를 통해 내놓는 궤변들을 차치하더라도, 이미 여론은 유승준에게 등을 돌린 상태다.
2010년 고의로 치아를 발치해 군면제를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은 가수 MC몽에 대한 시선도 여전하다.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2012년 최종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방식으로 입대시기를 고의로 연기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이 선고된 바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가 원더케이 ‘본인등판’에 나와 병역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고, 영상 삭제로 이어진 것도 현재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
만 30세까지 병역의무를 미룰 수 있게 된 방탄소년단 멤버 진은 4집 앨범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간담회 당시 “많은 분들이 제 입대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데 아직은 결론 난 것이 없다”면서도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 응할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병역문제는 본인의 인지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연예인들의 이행 의지는 더 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남자 연예인이 군에 입대할 경우, 대중이 그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당 연예인의 활동 당시 영상이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연예인이나 소속사 입장에서는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리스크가 거의 없어진 셈이다. 짧아진 군 복무 기간 대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군복무에 대한 연예인들의 인식이 확실히 달라졌다. 유승준이나 MC몽과 같은 극단적 사례가 있었기 때문도 있지만,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을 때 이미지 쇄신과 호감도 상승에 도움이 되는 사례를 통해 학습효과가 생긴 셈”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관계자는 “물론 인기가 절정일 때는 입대를 미루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 못할 상황이라면 굳이 피하지 않는다. 특히 아이돌의 경우 멤버 한 명이 빠지면 팀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가장 나이가 많은 멤버의 입대와 비슷한 시기에 군 입대를 하면서 완전체 복귀 시점을 당기는 방향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초점] '한국어'로 승부 건 '미나리'에 거는 기대와 부담
- [D:초점] 박혜수 학폭 논란, ‘어정쩡한 결론’ 따윈 없다
- [초점] 사라지는 네이버 실검, 연예계 ‘인위적 조작’ 피해도 사라질까
- [초점] "난 피해자입니다"…'학폭' 폭로에 바빠진 연예계
- [초점] ‘숨 멎는 키스신’ ‘으른 키스’…방송사, 과도한 자극 마케팅
- 한동훈 "민주당 '검수완박'에 이재명 위증교사 묻힐 수 있었다"
- 이재명 위기에도 '추동력' 잃었나…1심 선고 후인데 '장외집회' 시들?
- 내년에도 차질 없는 의료개혁...의정갈등 해소는 숙제 [尹정부 개혁 점검]
- 극장가에 부는 팬덤 열풍, 이번엔 뮤지컬 스타다 [D:영화 뷰]
- ‘골반 통증’ 김도영, 천만다행 “호주전 출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