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 찍은 쇠스랑 보는 심정이었다"

김현길 2021. 3. 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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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제가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 자신도 제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그런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신경숙은 2015년 6월 자신의 단편 '전설'(1994년 발표)이 일본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활동을 중단했다.

신경숙은 처음에는 '우국'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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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파문 후 첫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간담회
소설가 신경숙이 3일 신작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창비 제공


“젊은 날의 제가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 자신도 제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그런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소설가 신경숙(58)이 3일 2015년 표절 사건 이후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관련 사건을 언급했다. 신경숙은 신작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 출간에 맞춰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그간의 심경과 함께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제 작품을 함께 따라 읽어온 독자분들을 생각하면 어떤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지고 그랬다”며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앞으로도 새 작품을 써가겠다”고 덧붙였다.

신경숙은 2015년 6월 자신의 단편 ‘전설’(1994년 발표)이 일본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활동을 중단했다. 소설가 이응준은 언론을 통해 두 작품의 첫 문장을 제시한 후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신경숙은 처음에는 ‘우국’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특정 작품의 표절 논란에 그치지 않고, 문단 권력 문제로까지 논의가 확대됐다.

이후 신경숙은 2019년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계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이번에 신경숙이 발표한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지난해 6월부터 창비 웹매거진에 연재됐던 작품이다. 신경숙의 장편 출간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2010년) 이후 11년 만이고, 단행본은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신경숙은 “이 작품은 독자 한분 한분에게 손편지를 쓰는 그런 감정을 가지고 썼던 작품이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넘어진 땅을 다시 짚고, 또 일어설 수밖에 없는 그것이 저한테는 작품을 쓰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신작 장편의 등장인물을 인용해 작품 활동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소설 속에서) 새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없어도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데 그 말은 저한테 하는 말이기도 했다”며 “문학이라는 게 제 삶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어서 하고 안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어머니가 병 치료를 위해 집을 떠나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화자인 딸이 돌보러 가면서 시작한다. 소설은 딸이 아버지와 함께 지내면서 아버지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소설 속 아버지에게는 한국전쟁을 비롯한 현대사의 질곡이 고스란히 투영돼있다. 신경숙은 “아무 이름 없이 한세상 살다 갔거나 살고 있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서사시, 헌사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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