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영혼 그들 맘대로 했다" 中 위구르족 수용소 감금 폭로

고석현 입력 2021. 3. 4. 01:58 수정 2021. 3. 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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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장의 소수민족 수용시설 입구 뒤로 중국 국기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나는 위대한 조국이 발전하고 미래가 밝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모든 민족이 하나의 위대한 국가를 이루길 바랍니다. 시진핑 주석에게 감사하고, 건강을 기원합니다. 시진핑 주석 만세."
위구르족 출신 굴바하르 아이티와지(54·여)가 중국의 수용소에서 매일 아침 외웠던 충성맹세다. 아이티와지는 지난 1월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기자와 함께 책『중국판 굴라크의 생존자』를 출간해 수용소에서의 이 같은 생활을 폭로한 바 있다. 굴라크는 옛 소련 스탈린 정부가 운영한 강제 수용소다.

프랑스 주간지 롭스는 3일(현지시간) 두발에 족쇄를 찬 채 수용소에 갇혀 지내야 했던 위구르족 여성 아이티와지의 삶을 조명했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석유회사 엔지니어였던 그는 2006년 남편·두 딸과 함께 프랑스로 거처를 옮겼다. 경제적으로 부족한 삶은 아니었지만, 소수민족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차별이 싫어서였다.

위구르족 출신 굴바하르 아이티와지(54·여)는 지난 1월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기자와 함께 책 『중국판 굴라크의 생존자』 를 출간해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폭로했다. AFP=연합뉴스



"전 직장 전화받고 중국행, 수용소 감금"
하지만 10년쯤 지난 2016년 11월 머릿속에서 중국에서의 생활이 희미해질 무렵 과거 근무했던 회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퇴직 절차를 완료하려면 서류에 서명이 필요하니 귀국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전화 때문에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그도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러나 일주일 내내 걸려온 전화에 못 이겨 결국 잠시 중국에 다녀오기로 한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차나 한잔하자"며 경찰서로의 초대를 받았고, 그곳에서 여권을 빼앗겼다.

그 뒤엔 지옥 같은 조사가 이어졌다. 한 방에서 여성 30명이 함께 숙식했고, 매일같이 '자백'을 강요받았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당국은 동생까지 잡아들였다.


"30명 함께 숙식…매일 자백 강요받아"
결국 아이티와지는 "분리주의 세력의 테러에 동조했다"고 당국이 원하던 '정답'을 말하기에 이른다. 그 뒤 2018년 11월 열린 재판에서 그는 7년간 재교육 형을 선고받는다. 재판은 달랑 9분짜리였다.

그가 중국 당국에 잡혀있는 동안 그의 큰딸은 지구 반대편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부 장관 등에게 어머니의 석방을 도와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별다른 진전이 없자 결국 그의 딸은 2018년 여름 "중국 당국에 붙잡힌 어머니를 구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을 올렸고, 44만명이 서명하자 프랑스 외교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덕분인지 당초 7년형을 선고받았던 아이티와지는 몇달 뒤인 2019년 3월 프랑스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중국 신장 신위안현의 위구르족 수용소. 로이터=연합뉴스



"앵무새처럼 中 영광스런 역사 세뇌"
지난달 영국 BBC도 중국 신장 신위안현의 수용시설에 감금됐던 위구르족 여성 투르수와이지아우둔(42)의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그는 수용소에서 성폭행·성고문이 자행됐다고 폭로했다. 또 "자궁내피임기구(IUDs)를 강제로 삽입하고, '백신'이라는 주사를 맞혀 주는 등 불임시술을 받게 했다" "시진핑의 어록을 암기하지 못하면 식량을 주지 않았다" 등의 증언도 있었다.

아이티와지도 자신의 책에서 "심문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며 "당국자들이 우리 몸과 영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또 "앵무새처럼 중국의 영광스런 역사에 대해 세뇌당했다"고 했다.

한편 중국 서북쪽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위구르족 재교육 수용시설'은 2014년 위구르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일어난 뒤 "자비를 베풀지 말라"고 지시한 뒤 진행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한 바 있다.

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중국 당국이 신장 지역에서 운영하는 수용소에 100만명이 넘는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수용시설을 '교육센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中 "교육센터"…"대학 나왔는데 뭔 교육 필요하냐"
하지만 중국 당국은 "신장의 시설은 수용소가 아니라 사회교육 훈련센터"라며 "중국은 모든 소수민족의 권익을 평등하게 보호하고, 여성의 권리 보호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부인하고 있다.

아이티와지는 AFP 통신에 "중국이 모든 것을 부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자신의 증언은 사실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사는 사람을 굳이 중국으로 데려와 다시 훈련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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