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개벽' 수도권 서부교통..강남 접근성 높인다

김경민·강승태·정다운·나건웅 2021. 3. 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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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 모 씨는 주말마다 틈만 나면 부천종합운동장역 인근 아파트 ‘임장(해당 지역을 둘러보러 간다는 의미)’을 다닌다. ‘로또 청약’ 당첨을 꿈꾸며 5년 넘게 전셋집에 거주했지만 대출이 쉽지 않은 데다 가점도 낮아 더 늦기 전에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권이나 경기 과천, 하남 등 수도권 동남부권 집값이 치솟은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서부권, 그중에서도 부천 일대를 눈여겨봤다. 김 씨는 “부천종합운동장역 주변에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비롯해 다양한 철도 노선이 들어설 예정이라 투자가치가 괜찮아 보였다”고 말했다.

수도권 서부는 오랜 기간 교통 불모지로 불렸다. 서울 강남 접근성이 높지 않은 데다 지하철, 철도, 도로 등 교통 여건이 열악해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신안산선, 대곡소사선뿐 아니라 GTX-D노선 개통까지 추진하는 등 교통 호재가 만발한 모습이다. 환골탈태하는 수도권 서부 교통 지도를 들여다본다.

GTX-D 노선에 들썩이는 수도권 서부 “강남 접근성 높여야” 지역 유치전 후끈

‘집값 불쏘시개’.

GTX에 붙은 별칭이다. GTX A~C 노선이 지나는 지역마다 집값이 수억원씩 오르면서 수도권 주요 도시마다 GTX 신설역 유치전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서울 도심과 수도권 서부 지역을 잇는 GTX-D노선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서부 지역이 들썩인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6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에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즉 GTX-D노선을 확정, 반영하기로 했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철도법에 따라 10년 단위로 작성하는 최상위 국가철도망 계획이다. 여기에 포함된 노선은 사업 추진 근거가 마련돼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이뿐인가. 수도권 서부에는 이외에도 시흥과 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 대곡에서 김포공항, 소사를 잇는 ‘대곡소사선’, 송도에서 판교를 잇는 ‘월판선’ 등 신규 철도 노선 개통이 잇따른다.

GTX-D는 국토부가 2019년 10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 ‘광역교통비전 2030’ 대책을 내놓으면서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기존 광역철도 노선에서 소외된 수도권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새 급행철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부동산업계 핫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구체적인 노선을 밝히지 않아 지자체마다 급행철도 노선을 연결해달라는 요구가 거셌다.

경기도가 제안한 노선은 김포~검단~계양~부천~서울 남부~강동~하남을 잇는 총 68.1㎞의 동서 라인이다. 경기도는 이 노선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건의했다. 사업비는 약 5조8097억원으로 추정했다. 경기도는 이 노선에 대한 사업성 검토 용역까지 진행했다. 경제성 분석(B/C) 결과가 1.02로 사업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경제성 분석이 1을 넘으면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정부, 6월까지 노선 확정하기로

사업성 확보, 완공 시기는 미지수

인천광역시도 GTX-D에 한 발 걸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인천시는 지난해 5월 용역에 착수해 10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시에서 각각 출발해 부천종합운동장을 거쳐 서울, 하남시를 잇는 일종의 ‘Y노선’을 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 5호선이 강동역에서 마천행, 하남풍산행 등 두 갈래로 갈리는 것처럼 부천종합운동장을 기점으로 인천공항행, 김포행 노선을 나누겠다는 의미다. 총 길이는 110.27㎞로 사업비는 10조781억원으로 추산했다. 인천시는 인천공항행이 포함된 Y노선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건의한 상태다.

당초 서울시가 검토한 광역급행철도는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을 기점으로 2호선 잠실역까지 잇는다는 그림이었다. 수도권 서부 지역의 강남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컸는데 결국 GTX-D노선은 이보다 한참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GTX-D노선 개통 소식이 들리면서 수도권 서부 주민들은 열렬하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가 GTX-D노선을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하더라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기획재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확실한 사업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GTX A, B, C노선조차 사업이 더딘 상황에서 최종 완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GTX A, B, C노선은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됐지만 A노선을 제외하면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정부가 지자체 요구를 받아들여 신설역을 대거 늘릴 경우 당초 GTX 취지대로 ‘급행열차’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서부에 신설되는 철도 노선은 분명 집값에 호재지만 이미 발표 시점부터 집값이 급등한다는 점이 변수다. 철도 개통 소식만 믿고 입지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묻지마 투자’를 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강승태·정다운·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8호 (2021.03.03~2021.03.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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