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은 문화예술계 위대한 동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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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벗을 잃었다. 한 시대를 열었던 철인(哲人)은 떠났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85) 화백이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추모했다.
이 화백은 이 회장이 국내외 문화예술계에서 이뤄낸 업적은 헤아릴 수 없다면서 "특히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프랑스 기메미술관 등 주요 박물관·미술관 한국 섹션 개설이나 확장은 음으로 양으로 이 회장의 의지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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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이자 광기 품은 예술가, 헤아릴 수 없는 업적 감사"
"소중한 벗을 잃었다. 한 시대를 열었던 철인(哲人)은 떠났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85) 화백이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추모했다. 이 화백은 이 회장과 얽힌 일화를 ‘거인이 있었다’라는 제목의 글에 담아 문예지 ‘현대문학’ 3월호에서 공개했다.
그는 이 회장에 대해 "내겐 사업가라기보다 어딘가 투철한 철인이나 광기를 품은 예술가로 생각되었다"라고 적었다. "이 회장이 ‘뛰어난 예술작품은 대할 때마다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이유는 뭐죠’라든가, ‘예술가에겐 비약하거나 섬광이 스칠 때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것이 계기가 되나요’라고 물었다”며 “이러한 질문 자체가 날카로운 안력(眼力)과 미지에 도전하는 높은 의지의 증거"라고 썼다.
이 화백은 잊지 못할 젊은 시절 일화도 들려줬다. "아직 회장이 되기 전이었던 것 같은데, 집에 놀러갔더니 여느 때와 같이 거실로 안내되었다. 곧바로 눈에 들어온 것은 최근 벽에 건 듯한 완당(阮堂·김정희)의 옆으로 쓴 글씨 액자였다. 살기를 띤 듯한 커다란 글씨의 기백에 한순간 나는 압도되었다. ‘이 글씨에서 뭔가 느껴지지 않습니까’라고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느껴지고 말고요. 으스스하고 섬찟한 바람이 붑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좋은 자극이라 생각해서’라며 웃었다. ‘당신은 강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건 미술관 같은 곳에나 어울립니다. 몸에 좋지 않으니 방에서 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진언했다. 내가 돌아가자 곧바로 이것을 떼었다는 사실을 후에 알게 되었다."
이 회장은 미술품 수집에 상당한 열의를 보였다. 서화·도자기 같은 국보급 고미술품은 물론 피카소·모네·알베르토 자코메티 등의 서양 현대미술품, 이중섭·김환기·이우환 등의 한국 근현대미술품 등을 두루 모았다. 감정가 총액은 수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화백은 그 안목과 관심에 대해 "고미술 애호는 선대인 이병철 회장의 영향이 크겠지만, 내가 본 바로는 어느샌가 아버지와는 다른 스케일과 감식안, 활용 방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평했다. "한국의 미술품이라 하더라도 작품의 존재감이나 완성도가 높은 것을 추구하며, 언제나 세계적인 시야로 작품을 선별했다. 덕분에 한국의 고전미술 및 근현대미술, 그리고 글로벌한 현대미술의 수준 높고 내실 있는 컬렉션은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바가 되었다. 특히 한국의 고(古) 도자기 컬렉션을 향한 정열에는 상상을 초월한 에로스가 느껴진다." 그는 이어 "수집한 미술품들이 잘 지켜지길 빈다"고 덧붙였다.
이 화백은 이 회장이 국내외 문화예술계에서 이뤄낸 업적은 헤아릴 수 없다면서 "특히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프랑스 기메미술관 등 주요 박물관·미술관 한국 섹션 개설이나 확장은 음으로 양으로 이 회장의 의지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적었다. 고인을 기리며 "미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만감을 담아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어느 한 존재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존재의 크기를 깨닫는 것이 세상의 상례다. 경제계, 과학기술계, 스포츠계는 물론 문화예술계는 최상의 이해자, 강력한 추진자, 위대한 동반자를 잃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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