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 "전세대출 한계"..'서울, 천만도시' 깬 탈서울 행렬
서울 강남권의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38)씨는 지난해 경기도민이 됐다. 육아 문제로 서울살이를 포기하고 마포구 아현동의 24평(79㎡) 아파트를 전세 내줬다. 대신 그는 경기도 고양시 도내동에 있는 30평(99㎡) 아파트를 전세로 들어갔다. 최씨는 “아이가 자라면서 좀 더 넓은 집을 구하고 싶었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 엄두도 못냈다”며 “맞벌이인 데다 3살 아이 육아 문제도 있어 처가댁이 있는 고양을 택했다”고 말했다.
15살과 9살 자녀를 둔 박모(46)씨도 지난해 서울살이를 접고 경기도로 향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34평(112㎡) 아파트에 살던 박씨는 경기도 평촌 학원가에 있는 32평(105㎡) 아파트로 이사했다. 처음엔 교육을 고려해 학원이 많은 지역을 찾아봤지만 강남권은 집값이 워낙 비싸 고려 대상에서 뺐다. 박씨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한 동료가 많다”며 “목동과 평촌을 두고 고심하다가 집값이 싸고 녹지시설이 많은 평촌을 선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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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서울 인구 991만 명
고공상승하는 집값과 육아 등을 이유로 ‘탈(脫)서울’을 선택하는 서울시민들이 늘고 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인구는 991만1088명으로 ‘1000만 인구’가 무너졌다. 한국인만 보면 2016년(993만616명)에 이미 1000만 명 아래로 주저앉았지만 외국인을 포함한 전체 인구로는 32년 만이다. 전년 대비 증감률도 2019년 -0.38%에서 지난해에는 -1%로 감소 폭이 커졌다.
연령대별로는 25~29세 인구가 85만8648명으로 가장 많았고, 45~49세(81만9052명), 50~54세(80만7718명) 순이었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15~19세, 45~49세, 35~39세 순으로 인구가 많이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인구는 모두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가 67만3926명으로 인구가 가장 많았고 중구가 13만4635명으로 가장 적었다. 강동구와 영등포구를 제외한 23개 구 인구가 1년 전보다 모두 줄었다. 강동구는 전년 대비 2만3608명이, 영등포구는 6381명이 늘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강남구는 전년 대비 1.1%(6154명), 서초구는 1.4%(6082명), 송파구는 1.2%(8815명) 감소했다.
전년대비 가장 많은 인구 감소세를 보인 곳은 성동구로 2.7%(8474명) 줄었다. 도봉구와 강서구는 각각 2.4%(8270명), 2.0%(1만2372명) 감소했다.
서울을 벗어나는 주요 원인으로는 부동산이 꼽힌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014년 12월 4억9177만원이던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2020년 12월 10억4299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인구는 1036만9593명에서 991만1088명으로 줄었다.
집값과 관계없이 좋은 환경을 찾아 ‘탈서울’을 한 사례도 있다. 배우 겸 모델인 곽지현(33)씨는 서울의 미세먼지를 피해 지난해 4월 남편·딸과 함께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에 새 둥지를 틀었다. 평생 서울에서 살던 곽씨는 3년 전 딸이 태어난 뒤로 ‘이렇게 미세먼지가 많은 곳에서 아이가 나가 놀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곽씨는 “어딜 가나 붐비고 건물이 빼곡한 서울보다는 바다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양양에서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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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마음껏 뛰놀아…아이 키우기 좋다”
3년 전 경기도 성남시로 이사한 직장인 장모(23)씨는 “강북구 수유동의 반지하 원룸에서 살다가 직장을 새로 구해 성남에 터를 잡았다”며 “예전 회사와 가까운 강남은 집값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인 데다 이곳에서는 퇴근 뒤 저녁 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은경, 양양=박진호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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