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 전쟁, 자신과의 싸움이었나요" 커지는 비판 여론

전성필 2021. 3. 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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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바라본 한 신축아파트단지 앞에 태극기와 대한민국정부기가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에서 100억대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여론이 들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공직자들이 투기 의혹의 당사자가 되자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일부에선 투기와의 전쟁은 정부 관계자들과 먼저 해야 한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정부가 뒤늦게 고강도 조사 방침을 밝혔지만, 향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신뢰도에 상당한 금이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비판하는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LH 들어가야 정보력이 생기고 큰돈도 버는 것이다” “LH는 부동산 투기 사관학교”라는 제목의 비판 게시물이 줄줄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야기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국민들은 (2·4대책 이후 거래하면) 현금청산하겠다고 겁박하더니 공기업 직원들은 투기를 하고 있었다. LH직원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 사건을 보니 너무나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H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2일 게시된 “LH 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국정감사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3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약 2000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3기 신도시와 무주택만 바라보며 투기와의 전쟁을 믿어왔는데 정말 허탈하다. 한두 푼도 아니고 10여명이 100억원이라는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회에 이런 관행을 뿌리째 뽑았으면 한다. 가감 없는 조사와 국정감사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청원은 1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관리자가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선 이번 LH 임직원 투기 의혹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도에 전반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투기와의 전쟁’ ‘투기 세력 근절’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었다. 그런데 공직자들이 투기 의혹의 당사자가 되면서 부동산 정책의 핵심 목표를 다시 강조하기엔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지난 1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공인중개사가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또 정부가 ‘특단의 공급책’이라고 강조했던 광명·시흥 신도시에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향후 다른 신도시 개발 및 공공개발 추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 사업은 LH가 핵심 주체로 대부분 참여한다. 만약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LH가 다시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 신뢰를 얻을 때까지 사업 참여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상황까지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곧바로 수습에 나섰다. 우선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전수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3기 신도시에 대한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규명하도록 총리실에 지시했다. 투기 의혹 조사 지역은 광명·시흥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로 넓어졌다. 또 조사 대상도 LH뿐만 아니라 신도시 조성에 관여한 모든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 그리고 가족들로 확대됐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신규 택지 개발과 관련된 국토부, 공사, 지방공기업 직원은 원칙적으로 거주 목적이 아닌 토지 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 토지 거래가 불가피할 경우 사전에 관계 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투기 의심사례를 상시 조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하고, 위법 혹은 부당 사항이 확인되면 곧바로 인사상 불이익을 부여할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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