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로 변질된 K리그 교체카드와 U22 규정

이준목 2021. 3. 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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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현장의 혼선 줄이기 위해 규정 재검토 해야

[이준목 기자]

2021시즌 K리그는 교체 카드를 기존의 3장에서 5장으로 확대하는 방침을 도입했다.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여 빡빡해진 축구 일정을 고려해 선수들의 부상방지와 체력관리를 위하여 한시적인 교체 카드 확대를 제안했고, K리그도 국제 축구 흐름에 발맞추기 위하여 이를 수용했다.

그런데 K리그는 여기에 U-22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연동시켰다. 2012년부터 시작된 U-22 의무출전은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보장하여 K리그와 한국축구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2010년대들어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선수들의 빠른 성장과 각급 연령대별 대표팀의 선전에는 U-22 제도의 공이 적지않다는 평가다.

K리그는 올시즌 기존의 22세이하 선수가 1명 이상 선발 출전한 규정에서, 전체 엔트리(18명)에 U-22 선수가 2명 이상 포함되었을 때만 5명까지 교체가 가능하도록 조건을 추가했다. 만일 U-22 선수가 선발명단에 1명만 출전했다면 대기 중인 U-22 선수가 1명 이상 투입되어 교체 투입돼야 5명까지 교체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3명까지만 허용된다. 현장에서는 복잡한 규정 때문에서 감독들이 선수교체를 통한 전술변화를 고려할 때 계산할 것이 많아졌다.

이로 인하여 지난 주말 열린 K리그 개막 라운드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속출했다. 수원FC는 지난달 27일 대구FC 원정에서 선발로 출전한 U-22 선수인 조상준과 이기혁을 전반 16분 김승준과 정충근으로 교체했다. 28일에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U-22 선수인 박창환과 김채운 대신 아길라르와 지언학을 투입하기도 했다.

전북과 서울전에서는 더 복잡한 상황이 발생했다. 전반 23분만에 전북이 U-22 선수 이성윤을 빼고 김승대를 넣었다. 후반에는 구스타보와 류재문을 빼고, 일류첸코와 바로우를 투입하여 3장의 카드를 소비했다.

그런데 한교원이 몸상태에 이상을 느끼고 벤치에 교체 사인을 냈다. 전북이 남은 2장의 교체카드를 더 활용하려면 규정에 따라 U-22 선수를 투입해야만 했다. 전북 김상식 감독은 고육책으로 한교원 대신 최철순을 투입하면서 주전 수문장 송범근까지 U-22선수인 김정훈과 교체하며 겨우 5장의 카드를 다 활용할 수 있었다. 현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무리한 주먹구구식 규정이 빚어낸 촌극이다.

일단 선수교체를 늘인 것 자체는 옳은 결정이다. 교체카드가 늘어나게 되면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다양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축구 팬들에게는 감독의 다양한 전술 운용 능력이나 선수 교체 이후 경기 흐름의 변화 등 축구에서 즐길 수 있는 볼거리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경기 중 발생하는 부상자나 포메이션 변화 등의 변수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선수층이 두터운 강팀에게만 유리하거나 잦은 교체가 조직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강팀과 약팀을 떠나 축구를 베스트11로만 치르는 팀은 거의 없으며 새로운 선수들이 투입되어도 안정된 조직력을 유지하는 것, 교체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변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모두 그 팀의 역량에 포함된다. 후보 선수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생기고 경쟁이 더 뜨거워질 수 있다.

그런데 K리그에서처럼 이를 무리하게 U-22 선수 활용과 연동시키려다보니 오히려 제도의 취지가 왜곡되고, '가짜 선발'을 통한 연막 막전이나, 교체카드 확보를 위한 '꼼수'가 남발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각 팀마다 선수층의 깊이가 다르고 특히 전력에 활용할 수 있는 U-22 우수 선수 자원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선수구성상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은 유리하지만 그렇지 못한 팀은 오히려 교체 규정 때문에 경기마다 핸디캡을 안게 될 수도 있다. 

막상 규정 때문에 젊은 선수를 마지못해 투입해놓고도 금방 빼버리는 식이라면 경기력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그런 식의 활용법은 선수의 자존심에도 오히려 상처만 입히는 꼴이 될 수 있다. 최상의 컨디션을 지닌 선수들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프로스포츠의 기본적인 취지에도 어긋난다.

그렇다고 어떻게든 팀성적을 위하여 제도를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해야하는 감독들의 이기심만 탓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감독이 경기마다 교체카드를 활용하는데 U22 선수 규정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것은, 축구의 재미를 위한 수싸움과는 거리가 멀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반면교사라고 할 수 있다.

자연히 K리그 현장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김병수 강원 감독처럼 바뀐 교체 규정에 회의적인 시각을 밝히고 자신의 소신대로 U22멤버없이 단 3명만 교체 선수로 활용한 경우도 있다. 교체카드 5장을 활용한 감독들도 규정에 맞추고는 있지만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교체카드를 확대한 근본적인 취지는 절대 이런 편법을 쓰라는 게 아니다.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교체카드 5장 확대와 U-22 의무출전 규정을 연동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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