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의혹' 6년만 복귀 신경숙 "발등 찍은 쇠스랑 보는 심정이었다"

김호정 2021. 3. 3. 13: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출간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 신경숙. [사진 창비]

“젊은 날에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제 작품을 읽어줬던 독자분들을 생각하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소설가 신경숙(57) 작가가 3일 신작을 소개하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6년 전의 표절 의혹을 언급했다. 신 작가는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를 5일 새로 낸다. 단행본은 8년 만(『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013), 장편은 11년 만(『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2010)이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지난해 6월부터 창비 웹매거진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아버지의 삶을 훑어보는 딸의 시점으로 쓰였다.

신 작가는 2015년 단편 ‘전설’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 의 문장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표절이라는 문제제기가 맞겠다”며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했다. 이후 2019년엔 중편‘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발표하면서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다”고 썼다.

그는 3일『아버지에게 갔었어』에 대해 “독자 한분 한분에게 편지 쓰는 감정으로 썼다”고 했다. “저에게 독자분들은 대자연과 같은 의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넘어진 땅을 짚고 또 일어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나에게는 작품을 쓰는 일이었다. 과거의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앞으로도 새 작품을 써가겠다.”

지난 6년의 삶에 대해서는 “30년동안 써왔던 글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 속 인물의 대사를 인용했다. “‘새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없어도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는 뉘앙스의 말이 소설에 있는데 나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문학은 내 삶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어서 안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계속 쓸 것이고, 10년, 20년 후에도 누군가 뭘 했느냐 묻는다면 글을 썼다고 답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독자에게 사과의 말을 부탁 받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제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동안 지내면서 하루하루 매일 그런 생각을 했다. 저는 작가니까 쓸 수 있는 작품을 계속 쓰면서 독자분들에게 드렸던 실망에 대한 어떤 모색을 해나가도록 하겠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홀로 남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 딸이 아버지의 인생을 되짚어보는 내용이다. 한국 전쟁의 트라우마, 4ㆍ19 혁명, 중동 이주노동 등 현대사가 녹아있다. 신 작가는 “대한민국에서 힘든 현대사를 통과한 아버지들의 심중에 들어있는 말을 찾아내고 싶었던 작가적 욕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 시대가 지나간 다음에도 파란 잎에 돋아나는 장면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는 고향의 쓰러진 고목에서 아버지와 딸이 새로 돋아나는 싹을 발견하는 장면이 들어있다.

신 작가는 차기작에 대한 계획도 알렸다. “어느 노동자의 하루, 또 그와 얽힌 죽음의 문제를 쓰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지만 아직 작품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아껴두겠다.” 그는 “그동안 차기작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어느날 갑자기 눈이 먼 남자에 대해 쓰겠다’고 답했는데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쓰면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