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과 제다이가 뭉친 SF, 아쉬움만 수두룩

김준모 2021. 3. 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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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카오스 워킹>

[김준모 기자]

 
 <카오스 워킹>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정식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가 있다. <몬스터 콜>의 원작자로 유명한 패트릭 네스의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카오스 워킹>은 프리미어 개봉을 앞둔 2월 20일 박스오피스 예매율 깜짝 1위에 오르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목말라 있는 관객들의 갈증을 채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본 아이덴티티>,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걸출한 할리우드 오락영화를 만들어 온 더그 라이만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라 더욱 그랬다.
뉴 월드라는 가상의 행성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인간의 모든 생각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노이즈'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상을 보여준다. SF 영화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건 물론, 세계관에 있어 사회적인 의미를 함축한 구성이 돋보인다. 여기에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톰 홀랜드와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다이, 데이지 리들리를 주연으로 내세우며 SF 액션에 특화된 두 배우의 장점을 담아내려 했다. 
  
남성만 살아남은 혼돈의 카오스
 
 <카오스 워킹>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우주로 향하는 대다수 SF영화의 주된 설정은 지구의 멸망이다. 환경오염, 인구문제, 핵전쟁 등 다양한 이유로 지구는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버리고, 생존을 꿈꾸는 인류는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선다. 이 작품 역시 지구를 떠나 뉴 월드라는 새로운 행성에 정착한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도착과 함께 노이즈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이 노이즈에 감염되면 생각만 해도 음성이 나오거나 프로젝트 빔처럼 화면으로 뜬다. 

노이즈로 불리는 이 생각을 보여주는 바이러스는 크게 두 가지로 지배층을 형성하게 된다. 생각을 잘 통제해 남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거나, 생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상대를 겁에 질리게 하는 것이다. 전자는 토드(톰 홀랜드)가 존경하는 통치자인 데이비드(매즈 미켈슨)가 쓰는 방식이며, 후자는 마을의 종교적인 역할을 하는 아론(데이빗 오예로워)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생각을 통제하는 능력이 좋은 토드는 데이비드를 존경하며 그를 따른다.

이외에도 이 마을엔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여성이 없다는 것이다. 데이비드를 비롯한 마을 어른들은 섬의 원주민에 의해 여성들이 몰살당했다 말하지만, 여성들은 노이즈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사랑에 눈뜬 소년, 통제를 벗어나다
 

토드는 태어난 순간부터 여성을 본 적 없다. 때문에 처음 눈앞에 나타난 여성인 바이올라에게 사랑을 느낀다. 지구를 떠난 탐험대의 선발대로 뉴 월드에 진입한 바이올라는 데이비드의 악랄한 속셈을 눈치 챈다. 토드는 데이비드의 손아귀에서 바이올라가 도망치는 걸 도우면서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자신의 우상을 배신할 만큼 강렬한 사랑의 감정이 그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 생각을 읽히고 통제당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던 토드는 사랑이란 감정을 배우자 이를 숨기고 소중히 여기고 싶어 한다. 바이올라는 존재만으로 토드가 몰랐던 억압을 일깨우게 만든다. 이 시점부터 생존과 자유를 향한 모험이 시작된다. 마치 게임의 퀘스트를 통과하듯 모험의 과정에서 위기를 겪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두 청년의 모습은 <메이즈 러너> 같은 어드벤처 오락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다만 원작의 내용을 축약시키다 보니 다양성의 가치와 오락적인 매력이 충돌하는 지점들이 있다. 죽여야만 하는 존재로 여겼던 원주민과의 대결 장면이나 행성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여성이 존재하는 마을에 도착하는 장면 등은 다양성의 가치를 보여주며 세계관과 주제의식을 더 강화한다. 허나 소재만 던져주고 이를 풀어내지 않은 채 바로 오락성을 위한 장면으로 넘어가다 보니 통일성이나 완성도에서 2% 부족하다 느껴진다. 
  
 <카오스 워킹>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후속편, 기대해도 좋을까

<카오스 워킹>은 <모텔 엔진>과 비슷한 아쉬움을 남긴다. 두 작품 다 세계관에 있어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카오스 워킹>은 생각이 밖으로 전개되는 노이즈로 인해 통제가 된다는 점이, <모텔 엔진>은 도시가 전차의 형태로 움직이며 도시와 도시가 싸운다는 설정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원작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오락적인 만족감과 주제의식의 심화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시리즈물의 1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만큼 구성적인 측면에서 완벽한 기승전결이나 극적인 쾌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작품인 '새로운 희망'은 이것이 시리즈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구성과 오락적인 만족감, 완성도 모두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그런데 <카오스 워킹>은 그렇지 못했다. 

원작 소설이 3부작으로 이뤄진 탓에 후속편 제작에 대해 궁금해 하는 시선들이 많다.관객이 후속편에 흥미를 지닐 수 있도록 떡밥을 던져놓는 건 좋지만, 떡밥을 만들기 위해 본편에 많은 빈칸을 남겨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과연 후속편은 제작될 수 있을지, 또 이번 작품이 남긴 아쉬움을 채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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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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