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멘탈 핑퐁 요정.. BTS 노래처럼 '마법' 부려 볼게요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 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 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줄 Magic Shop’
여자 탁구 차세대 스타 신유빈(17·대한항공)은 각종 탁구 대회가 연기·중단된 코로나19 기간 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아침 7시30분까지 체육관에 나가 개인 훈련까지 마친 늦은 밤에야 숙소로 돌아오는 강행군이었다. 그런 그에게 힘이 됐던 건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매직샵(Magic Shop)’이었다.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탁구(WTT) 미들이스트 허브 스타 컨텐더(총상금 4만달러) 대회 여자 단식 예선전에 출전해 2라운드에서 알호다비 마리암(이집트)에 3대 0 완승을 거둔 신유빈은 경기가 끝난 뒤 국민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매일 아침 훈련 전에 체육관 청소를 하는 게 꽤 힘들다”며 “그러다가 이 노래를 듣게 됐는데, 가사가 내 얘기인 것 같아서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초 대한항공에 입단한 신유빈에겐 팀의 특별 관리가 이어졌다.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성인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168㎝의 큰 키를 갖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체력과 근력을 보강하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도 매일같이 이어졌다. 기술 훈련도 집중적으로 진행됐음은 물론이다. 특히 강문수 대한항공 감독과 함께 했던 ‘지옥의 볼박스(볼을 계속해서 받아치는 훈련)’에 대해 묻자 신유빈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볼박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오히려 시합을 기다렸어요. 훈련 때 계속 사이드로 볼을 주시는데 범위가 너무 넓어 힘들었어요.”
훈련을 거친 신유빈은 한 단계 발전을 이뤘다. 지난달 4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6명이 나선 여자부에서 10전 9승 1패의 압도적 성적으로 1위에 오르며 올림픽 대표로 선발됐다.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남녀 탁구 사상 최연소로 올림픽에 데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과 홍차옥의 앞선 18세 기록을 1년여 당길 수 있다. 신유빈은 “연습한대로만 하면 잘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있었다”면서도 “작년보다 힘은 붙었지만 유럽 선수들의 힘이 워낙 좋으니까 아직 더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유빈의 장점은 백핸드다. 백핸드 공격은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고 회전도 많이 걸려 ‘완성형’으로 평가 받는다. 아쉬웠던 포핸드 공격력도 대한항공에서 집중 훈련을 통해 보강한 상태. 신유빈은 “감독·코치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포핸드 공격 활용도를 높이라고 하셔서 훈련을 많이 했는데, 시합 때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웃었다.
신유빈의 빠른 성장 비결은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다.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고등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매일 훈련을 하는 게 힘들 법도 하지만 신유빈은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좋아하는 탁구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학교 가면 계속 앉아만 있어야 해요. 지금은 좋아하는 걸 계속 할 수 있고 실력도 좋아져서 후회가 없죠.” 쉴 땐 고된 훈련을 위로해줄 자신만의 ‘매직샵’을 찾는다. “전 완전 집순이에요. 휴식할 땐 누워있거나 자거나 TV를 봐요. 요샌 ‘달려라 방탄’이라는 예능도 즐겨 봐요. 뷔랑 진이 너무 잘생겨서 BTS를 좋아하게 됐는데, 다른 멤버들도 다 완벽해보여서 매일매일 ‘최애’가 바뀌죠. 요샌 정국이 좋더라구요(웃음).”
신유빈은 4살 무렵 아버지가 운영하는 탁구장에서 자연스럽게 라켓을 잡게 됐다. 탁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탁구장 아저씨 회원들에게 훈수를 둘 정도로 남달랐다. 그런 신유빈의 실력이 급성장한 건 중학교 입학 이후 갖게 된 ‘호승심’이다. 경기에서 패배하면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승리에 대한 욕구가 컸다. 신유빈은 지금도 세계 랭커들과 동등하게 겨루기 위해 실력 좋은 중국 선수들의 움직임, 리시브 처리 기술 등을 틈틈이 영상으로 보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학교 때 언니들이랑 시합하기 시작하면서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올림픽에 나가서도 꼭 이기고 싶어요. 다만 이제는 지더라도 울진 않아요. 이 나이에 울면 좀 그렇잖아요?”
많이 성장했지만, 신유빈은 아직 성인 국제대회 단식 메달이 없는 세계랭킹 94위의 어린 선수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선 남은 기간 수준급 선수들과의 경기를 통해 좀 더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는 “경기에서 제대로 기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올림픽까지 각종 대회에서 최대한 경험을 쌓게 할 예정”이라며 “긴장되는 순간 자기 실력을 더 발휘하려면 체력·집중력도 좀 더 보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유빈은 좋아하는 BTS의 노래 제목처럼 도쿄에서 생애 첫 메달 획득이란 ‘마법’을 부리게 될까.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만큼, 신유빈은 자신 있다. “올림픽 목표는 무조건 메달로 생각하고 있어요. 목표는 크게 잡아야죠(웃음).”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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