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9세 예나를 향한 기도

김아영 2021. 3.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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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기적] 희귀질환 앓는 아이 마음 연 특별한 심방
최근 서울 강북구의 예나 집을 심방한 서석근 강릉 반석감리교회 목사(왼쪽)와 예나의 어머니 이미숙씨가 예나의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예나(가명·9)양은 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귀질환과 머리에 물이 차는 수두증을 앓고 있다. 또래보다 20㎝나 작은 105㎝ 키의 예나는 약한 관절로 생활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예나에게 매달 들어가는 치료비는 재활 및 미술치료 비용 등 160만원 정도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예나네 가정에 경제적 직격탄을 날렸다. 대학 시간강사인 아버지 한재명(가명·58)씨의 급여로 빠듯하게 살아왔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한씨의 강의는 실습이 필요한데 대학이 대면 강의를 대부분 중단했기 때문이다. 외부 강의라도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던 한씨는 급성폐렴으로 쓰러졌다. 서석근 강릉 반석감리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강북구의 예나 집을 방문했다.

어머니 이미숙(가명·46)씨가 반갑게 서 목사와 김지영 월드비전 서울동부꿈꾸는아이들사업단 과장 등을 맞이했다. 기도의 사람인 이씨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씨가 셋째인 예나의 이상 증세를 느낀 건 9년 전인 2012년 예나가 엄마 배 속에서 38주 된 때였다.

이씨는 “그동안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38주에 갑자기 태동이 없었다. 검사에서 아이의 척추가 구부러졌고 자가 호흡이 힘들어 건강 상태가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이 소식을 듣자마자 대형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예나를 분만일보다 일찍 출산했다”고 말했다.

큰 병원에서 대비하고 수술했던 터라 다행히 예나는 뇌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처음 예나를 본 이씨는 꿈이길 바랐다. “아이를 낳고 일주일간 많은 생각을 했어요. 울어서 아이가 낫는다면 울 가치가 있는데 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죠. 상황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잘 키우기로 했습니다.”

이씨는 출산 후 새벽예배에 꾸준히 참석했다. 이런 상황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을 물으며 눈물로 기도했다. 3년쯤 되던 어느 날 하나님의 응답을 들었다. “네 마음을 아프게 하려고 예나를 준 게 아니다. 내 자녀인 너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단다.” 이씨는 마음의 상처를 회복했고 아픈 자녀를 통해 하나님과 더 동행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이씨는 자신의 어려움에만 매몰되지 않고 아픔을 가진 다른 이들도 보듬는 역할을 한다. 2012년 네이버에 ‘아름다운 작은천사 패밀리’ 카페를 개설해 희귀질환 자녀를 가진 부모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한다. 지역 모임을 만들고 세미나를 여는 등 실질적 도움을 주고 수술을 앞둔 다른 자녀들을 위해 끊임없이 중보기도를 한다. 이씨는 “하나님으로부터 늘 기도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시간을 쪼개 10년째 개척교회에서 봉사도 한다.

지난해 7월 척추수술을 앞둔 예나가 기도하는 모습. 월드비전 제공


예나는 튀어나온 척추가 중요한 신경을 누르면서 하체에 고통을 느낀다. 그동안 대소변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출돼 학교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다리가 짧고 하체가 약해 걸음걸이도 힘들어 보이고 보폭도 작았다. 때문에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 했다. 지난해 7월 말 대형병원에서 척추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생활의 불편함은 많이 해소됐다.

예나는 자신의 신체 구조가 또래와 다름을 인식하고 타인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씨는 “예나가 아침, 저녁으로 소리 내 울고 폭식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며 “최근 10㎏ 정도 살이 쪄 작은 키에 합병증을 관리해야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예나가 작업한 그림과 소품들. 강민석 선임기자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꾸는 예나는 그림을 그리고 소품을 만드는 시간을 제일 행복해 한다. 책상 서랍장 등에는 예나가 작업한 그림책, 소품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김 과장이 예나에게 “자랑해 봐. 이제 너의 시간이야”라고 다정히 말했다. 예나는 서 목사와 김 과장이 자신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자 하나씩 작품을 설명했다. 서 목사는 예나의 작품들을 보며 칭찬했다.

이씨는 매일 예나, 예나 언니와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고 성경 구절을 필사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씨는 재활병원의 배려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 활동을 하지만 8000여만원의 빚과 치료비를 대기엔 역부족이다. 이씨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나님을 의지하며 문제를 풀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예나에게 미리 준비한 장난감 등을 선물했다. 예나는 함박웃음을 보였다. 서 목사는 “저도 목회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교인들을 보며 하나님께 왜 이런 일을 허락하셨냐고 물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는 고린도후서 4장 7절 말씀이 있다”며 “어머니가 예나를 돌보기도 힘드실 텐데 다른 환자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서 목사는 “하나님, 예나를 거룩한 축복의 통로로 사용해 주시고 그의 아름다운 재능이 마음껏 펼쳐지게 하소서”라고 축복기도를 했다.

서 목사는 “예나야, 코로나19 상황이 괜찮아지면 바다 보러 강릉에 놀러 올래”라고 묻고는 “예나 가족분들이 치유의 시간 갖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수줍어하던 예나는 “네”라고 대답하며 빙그레 미소를 보였다.(02-2078-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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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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