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된 열한 살 소녀, 55년 간 이어진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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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부터 공연실황 OTT 플랫폼 '레드컬튼'이 숨은 보석같은 연극·뮤지컬 작품들을 발굴해 선보입니다.
고작 열한 살인 소녀는 학교도 가지 못한 채 그저 부모를 도와 망가진 의자를 수거하는 게 일상이다.
'의자 수리공'이란 부모의 정체성을 이어받는 소녀는 현재진행형인 가난의 대물림을 아프게 조명하고, "공부 안 하면 쟤처럼 된다"라며 소녀에게 선을 긋는 어른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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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부터 공연실황 OTT 플랫폼 '레드컬튼'이 숨은 보석같은 연극·뮤지컬 작품들을 발굴해 선보입니다. 공연장에서는 막을 내렸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실황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수작들을 소개합니다. 소개된 작품들은 모바일 앱 'PL@Y2'(플앱) 내 '레드컬튼 프리뷰'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김동민 기자]
▲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 스틸컷 |
ⓒ 극단 물결 |
응답받지 못한 일생, 단 하나의 사랑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은 바로 이 모파상의 동명 단편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여자의 일생'과 다르지 않게, 평생토록 지속된 지리멸렬한 여자의 사랑을 다룬다. 55년 간 지속된 여자의 해바라기 같은 마음은 죽음으로서 비로소 끝이 난다. 연극은 제3자의 입을 통해 회고되는 여자의 일생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열하는 방식을 취한다.
극 초중반 서사의 중심에 선 '여인'은 가난한 부모와 함께 떠돌며 의자를 고쳐 생계를 이어가는 소녀다. 고작 열한 살인 소녀는 학교도 가지 못한 채 그저 부모를 도와 망가진 의자를 수거하는 게 일상이다. 가정의 보살핌도, 친구와의 우정도 남 얘기였던 소녀는 어느 날 반짝이는 소년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의자를 고쳐 번 돈을 건네면 환하게 웃어주는 그 소년은 소녀가 살아가는 의미가 된다. 그 후로 평생 동안.
▲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 스틸컷 |
ⓒ 극단 물결 |
일방적 사랑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동
소녀가 숙녀가 되고 노인이 되기까지 펼쳐지는 스토리를 '짝사랑'이란 한 단어로 치환하기엔 부족하다. '의자 수리공'이란 부모의 정체성을 이어받는 소녀는 현재진행형인 가난의 대물림을 아프게 조명하고, "공부 안 하면 쟤처럼 된다"라며 소녀에게 선을 긋는 어른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소녀에게 소년과의 관계는 유일하게 '절실히 원하는 대상'인 동시에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대상이다.
▲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 스틸컷 |
ⓒ 극단 물결 |
탁월한 연출이 일궈낸 '주관의 객관화'
대사를 최소화하면서도 소녀의 감정을 아릿하게 담아낸 극단 물결의 연출은 탁월하다. 넓은 무대에 소품은 의자와 수레 등 큼직한 오브제들 뿐이고, 시시각각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생동감을 얻는 배경 연출도 인상적이다. 무용과 오페라 등 다양한 요소들은 그야말로 종합 퍼포먼스라고 할 만하다. 소녀의 모습에서 동화 '성냥팔이 소녀'와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속 주인공이 나란히 겹쳐 보이는 이유다.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 |
제작: 극단 물결 작/연출: 송현옥 출연배우: 김준삼, 김충근, 신서진, 전필재, 오주원, 박상현, 한은비, 한주연, 박상하, 진여준, 진영 외 공연일시: 2020년 3월 12일 관람등급: 12세이상 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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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 실황영상은 모바일 앱 'PL@Y2'(플앱) 내 '레드컬튼 프리뷰'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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