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 속에 숨어있는 김포의 대표적인 문화재
[운민 기자]
"우와, 자기야. 이것 좀 봐봐. 신기한 사진이 있어!"
J여사가 토끼눈을 뜨며 나를 다급하게 부른다. 나는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며 잠에서 덜 깬 모습으로 천천히 여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내민 핸드폰에는 한 위성사진이 있었다.
"이거 맘 카페에서 공유한 사진인데 불과 10년 전 김포 장기, 운양동 사진이라는데 우와! 완전 논, 밭이고 심지어 구래동이 아니라 구래리였네 정말 신기하다."
나는 여사의 말에 동감을 표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맞아 어릴 때만 해도 사우동(김포의 구도심, 시청 부근)만 빼고는 전부 논, 밭이었고 그린벨트 지역이었어, 해병대 사단도 위치하고 군부대도 여기저기 분포하는 별 특색이 없는 도시였는데 이번 기회에 김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탐구해 보자 멀리 가지 말고 김포 도심 위주로 돌아보는 거야."
우리는 김포의 매력에 대해 여행자의 시각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다. 그동안의 김포 탐구가 오페라의 서곡이라면 이번에는 진짜 김포의 속살을 낱낱이 파헤쳐보는 것이다. 우선 구래동에 위치한 한강신도시 호수공원에 먼저 데려갔다.
▲ 한강신도시 호수공원 호수공원에서는 캠핑도 즐기면서 자전거와 조깅을 하는 신도시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
ⓒ 운민 |
요즘 세워지는 신도시마다 호수공원이 자리 잡아 동네를 한층 아름답게 빛내주고 있다. 쌀쌀한 겨울철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바람을 쐬러 호수공원에 산책하러 나왔다. 사시사철 꽃들이 피고, 특히 보름달이 뜰 무렵에 물빛에 비친 달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구래동에 위치한 호수공원은 크기가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한 바퀴 돌기 참 적당하다.
▲ 호수공원에서 바라본 구래동의 모습 한강신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구래동의 호수공원에서는 사시사철 언제나 산책하러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촬영. |
ⓒ 운민 |
김포는 언제부터 이름이 김포(金浦)라는 명칭을 가지게 되었을까? 김포의 포가 항구의 포임을 봐서 한강과 예전부터 큰 관련이 있음직하고, 그 유래는 1145년 고려 인종 때 발간된, 우리나라 최고의 정사로 평가되고 있는 <삼국사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포 현은 본디 고구려의 검포현(黔浦縣)인데 경덕왕이 고친 이름(金浦縣)으로 지금도 그대로 쓴다' 하였고 1486년에 발간된 <동국여지승람>에는 '김포 현은 본래 고구려의 검포현인데 신라 경덕왕이 지금 명칭으로 고쳐서 장제군(長提縣: 부천) 속현으로 만들었다'는 기록도 보이니 그 역사가 생각보다 유구함을 알게 된다.
항구의 유구한 역사는 물론 김포 하면 쌀로 지금까지 유명하지 않은가? 한강의 풍족한 수량과 거기에서 퇴적된 옥토로 인해 천혜의 부촌이 되었다. 하성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밀 다리 쌀(자광미)은 밥맛이 좋고 미질이 좋아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진상미가 될 정도로 김포쌀은 최상의 미질을 자랑하고 있다.
▲ 김포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김포성당의 또다른 명물은 성당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숲이다. 소나무숲과 성당의 풍경이 김포성당의 매력을 한층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촬영. |
ⓒ 운민 |
바로 소나무 숲 속 가지런히 숨어있는 김포성당이다. 1956년 건립되었으며, 상층부의 종탑은 첨두아치 양식으로 지어져 중세 고딕 건축풍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계단길을 따라 쭉 올라가는 풍경도 마음에 들고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아담한 건축물이 마음에 든다. 유럽과 남미의 화려하고 거대한 성당의 모습과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성당은 소나무 숲이 우거진 우리만의 독특한 정서가 남아있다.
▲ 김포성당의 모습 6.25 전쟁중 지어진 성당으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김포의 대표 문화재로 유명하다. 화강암을 활용한 독특한 건축기법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촬영. |
ⓒ 운민 |
얼마 전 김포성당의 원형보전을 위해 시와 성당 측이 대립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김포성당이 낙후된 구도심 도시 재정비구역 북변 4구역에 포함되어 절개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특히 바로 맞은편에 있는 도로를 확장시키면서 성당을 포함한 주변환경이 훼손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단순히 문화재 건물만 보전한다고 해서 문화재가 지니고 있는 품격까지 유지시켜주지 않는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을 지정할 때 그 주변 환경까지 고려해서 등재를 를 한다. 실제로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계곡은 2006년에 현대적 다리를 건설계획을 수립하면서 위험유산에 올랐다가 건설을 시작하자마자 최초로 유네스코 목록에서 삭제되기에 이르는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단순히 문화재 건물 자체로만 보호대상을 삼거나 신줏단지 대하듯이 보존만 하지 말고 이제는 주변 환경과 같이 어우러지면서 좀 더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준희의 쓴소리 "징벌적 손배, 민주당·언론계 '뻥카' 싸움"
- 소름 돋는 의사의 손길... 왜 환자가 피해야 하죠?
- 전문가들 "코로나19 소독제가 새로운 재난 부를 수도"
- '구멍 숭숭 뚫린 가방'에 익숙해졌더니 돈이 쌓입니다
- 삼겹살데이 앞두고 도축장 들어가는 돼지를 만나다
-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 선출... "서울을 가능성의 도시로"
- 일본 뒤통수 치며, 한국 은밀히 도운 체코 사람들
- 코로나19 백신 현황 - 오마이뉴스
- '나 혼자 산다'의 화사처럼 나도 쉴 수 있을까
- 조선일보 겨냥한 이재명 "신문 부수조작, 강제수사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