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호르몬이 동성애에 영향을 미친다?

2021. 3. 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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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옹호 진영에는 '동성애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자궁 안에서 영향을 받아 태어날 때부터 동성애 인체 구조가 형성된다'는 주장이 있다.

동성애자 두뇌를 연구할 때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하며, 태아기 호르몬이 남성의 두뇌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가정했다.

국내 문헌에선 손가락 길이의 비를 측정한 윌리엄 등의 결과를 인용하며, 동성애가 태아기 호르몬의 영향으로 형성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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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는 유전이 아니다 <8>


동성애 옹호 진영에는 ‘동성애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자궁 안에서 영향을 받아 태어날 때부터 동성애 인체 구조가 형성된다’는 주장이 있다. 즉 유전은 아니지만, 선천적으로 동성애를 하도록 인체구조가 형성돼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살펴보기 전에 성호르몬이 동성애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간략히 언급한다.

성인인 남성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남성 호르몬 수치를 측정해 보면 전혀 차이가 없다. 몸에서 분비되는 성호르몬 분비량에 차이가 있어 동성애를 하게 된다는 추측은 맞지 않는다.

예전에 서구에서 동성애자들에게 성호르몬을 강제 주입한 적이 있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어서 중단했다. 성호르몬은 성욕을 증가시키거나 감퇴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성적지향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태아기 호르몬이 동성애 성향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논문을 2000년 월리엄 등이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발표가 있기 전 태아기 호르몬이 손가락 길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여성은 두 번째 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의 길이가 거의 같지만, 남성은 두 번째 손가락이 네 번째 손가락보다 짧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윌리엄 등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거리 축제에 참여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성적지향을 묻고 두 번째 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의 길이의 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예상한 대로 남성이 여성보다 손가락 길이의 비가 적었으며, 여성 동성애자는 남성과 여성 이성애자 사이의 값을 가졌다. 윌리엄 등은 여성 동성애자가 여성 이성애자보다 남성에 가까운 손가락 길이의 비를 가진다는 결과를 이용해 여성 동성애가 태아기 호르몬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제부터 이 연구결과에 대한 반론을 소개한다. 미국 여성 동성애자 비율은 대략 2%에 불과하다. 논문 결과로부터 분포를 유추하면 여성 이성애자와 여성 동성애자의 분포가 거의 겹친다. 어떤 손가락 길이의 비를 가져도 여성 이성애자가 여성 동성애자보다 50배 가까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태아기 호르몬에 의해 남성에 가까운 손가락 길이를 갖게 됐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남성에 가까운 손가락 길이를 가진 여성 중 대다수가 이성애자다. 이것은 손가락 길이를 결정한 태아기 호르몬이 어쩔 수 없이 동성애자가 되게 할 만큼의 강력한 효과를 미치지 않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추가 반론으로 월리엄 논문에서 남성 동성애자와 남성 이성애자의 손가락 길이의 비는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태아기 호르몬이 여성에게만 영향을 주고 남성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말인가.

2004년 태아기 호르몬을 측정하고 실제로 태어난 아이들의 손가락 길이를 측정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태아기 호르몬과 손가락 길이 사이에 약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즉, 태아기 호르몬은 남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동성애자 두뇌를 연구할 때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하며, 태아기 호르몬이 남성의 두뇌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가정했다.

국내 문헌에선 손가락 길이의 비를 측정한 윌리엄 등의 결과를 인용하며, 동성애가 태아기 호르몬의 영향으로 형성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문제점은 거의 소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인에게 동성애가 태아기 호르몬에 의해 형성됐다고 오해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동성애는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태아기 호르몬에 의해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태아기 호르몬을 핑계로 동성애를 합리화해선 안 된다.

길원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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