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또 뚫린 전방, 새로운 경계작전체계 필요

2021. 3. 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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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단계 지역방어 개념 도입하고
철책엔 첨단기술장비로 보완해야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미래전략연구위원장

강원도 고성에서 군의 경계가 또다시 뚫린 ‘헤엄 귀순’ 사건 때문에 국민의 불안과 우려가 크다. 북한 주민 귀순자의 존재를 군이 인식한 것은 감시장비가 귀순자를 여러 번 포착한 뒤였다. ‘물샐틈없는 경계’를 기대해온 국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국방부와 군은 매번 재발 방지를 공언하는데 유사 사례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기존 대책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육군의 11개 사단이 투입돼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휴전선 길이는 약 239㎞이다. 서쪽 끝을 맡은 해병 2사단이 경계를 책임지는 지역의 해안선 길이는 255㎞나 된다.

헤엄 귀순 사건이 발생한 22사단도 다른 전방사단의 4배나 되는 넓은 지역의 경계를 책임진다. 이런 상황에서 완벽한 경계는 말만큼 쉽지 않다. 경계작전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경계작전 개념의 변화를 가속할 필요가 있다. 철책 중심의 경계작전은 비무장지대(DMZ) 철책 경계와 감시장비 모니터링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병력이 축소되면 철책 경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철책을 정기적으로 순찰해야 하는데 병력이 줄면 1인당 투입 시간이 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비 태세 유지에 필수적인 교육 훈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육군 병력 상당수가 밤낮이 바뀐 채 선형 경계작전에 투입되니 정작 전시대비 교육과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전시상황에서는 기동방어 능력의 공백으로 방어 작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의 경계작전 추진이 필요하다. 철책을 1차 저지선으로, 철책 이남의 일정 경계선을 2차 저지선으로 정하자. 철책과 저지선 사이 공간에서 침투 저지 작전과 대간첩작전을 펴는 지역방어 개념의 경계작전을 도입하자. 이렇게 하면 철책 경계와 철책선 저지를 원칙으로 하는 선(線)방어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경계작전 개념 변화에 따라 소홀해질 수 있는 철책 경계를 첨단기술로 보완해야 한다. 우리 군의 철책 감시는 적외선 카메라, CCTV, 열영상장비(TOD), 광케이블 등으로 이뤄진다. 이 감시 체계는 ▶장비가 100% 가동되고 ▶기상이 양호하며 ▶전방의 시야가 잘 확보되면서 ▶숙달된 모니터 감시병이 성실히 임무를 수행할 때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이들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철책에 설치된 광케이블은 유지·보수가 어려워 종종 오작동이 발생한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적외선 카메라와 CCTV의 성능 발휘가 어렵다. 특히 여름철에는 우거진 수풀 때문에 적병이나 귀순자를 발견하기 어렵다. 전방 감시에는 숙련된 감시병이 필요한데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병력 감소와 부대 감축으로 여의치 않다. 이로 인해 작전 지역이 확대되면서 군 경계작전 수행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로 이런 장애를 보완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광학 레이더와 수풀 투과 레이더 등으로 국경 전방을 감시한다. 인공지능(AI) 기능을 적용해서 감시 영상을 분석해 경계의 효율성을 높인다. 특히 이스라엘은 무인화된 철책 경계와 AI 기술 적용 감시 체계를 통해 1개 대대가 약 80㎞에 걸친 경계선을 전담한다. 이로써 나머지 후방부대의 원활한 교육훈련을 보장한다.

물론 한국도 ‘스마트 국방’을 통해 감시 체계의 자동식별 경고 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자체 계획에 속도를 내야 한다. 반복되는 경계 실패를 질책만 할 게 아니라 근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병력을 절감하면서도 경계 작전의 효과를 높이는 경계작전 체계를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미래전략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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