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골, 골, 골, 골, 골..홍염축구 터졌다
홍명보 감독 K리그 데뷔전 대승
이적설 정리한 윤빛가람 맹활약
"19년만의 K리그, 따뜻한 느낌"
봄을 알리는 장대비가 세차게 쏟아진 1일 울산 문수경기장. 전반 28분 프로축구 울산 현대 윤빛가람(31)이 강원FC 아크 정면에서 프리킥 키커로 나섰다. 숨을 고른 뒤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은 골대 오른쪽 구석, 이른바 ‘펠레 존’에 꽂혔다. 강원 선수 8명이 늘어서서 긴 벽을 쌓아봤지만, 공은 빈 곳을 정확히 파고들어 골망에 꽂혔다. ‘홍명보호’로 간판을 바꿔 단 울산의 올 시즌 첫 골이자, 첫 승을 이끈 득점포였다.
울산은 이날 열린 K리그1 2021시즌 1라운드 홈 경기에서 강원에 5-0으로 대승을 거뒀다. 전반 윤빛가람의 선제골이 기폭제가 됐다. 득점 직후 윤빛가람은 활짝 웃으며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홍명보(52) 울산 감독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울산은 후반 9분 세트피스 후속 상황에서 수비수 김기희(32)의 추가골로 스코어를 벌렸다. 후반 12분 이동준(24)이 한 골을 보탰고, 19분과 26분에 김인성(32)이 멀티골을 추가했다. 울산은 상위권 순위 싸움의 다크호스로 꼽혔던 강원을 압도하며 우승 후보다운 경쟁력을 입증했다.
두 팀의 천적 관계도 이어졌다. 울산은 2012년 7월 15일 강원에 2-1 승리 이후 이어 온 무패 행진을 17경기(14승3무)로 늘렸다. 무려 9년째다. 강원전 6연승이다. 경기 전 김병수(51) 강원 감독이 “지난해 울산에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한을 풀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홍염 축구(빨간 불꽃 같은 공격축구)’를 표방한 울산의 골 퍼레이드를 멈추지 못했다. 강원은 후반 8분 주장 겸 핵심 수비수 임채민(31)이 퇴장당한 게 뼈아팠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에게 윤빛가람은 ‘양날의 검’이었다.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4골·3도움으로 팀을 아시아 정상으로 이끈 전력의 핵이지만, 연봉 폭등으로 고민도 안겼다. 중동과 중국 여러 클럽이 거액 연봉을 제시했다. 선수 쪽 관계자는 “제시 연봉이 200만 유로(27억원)까지 뛰었다. 기존 연봉(10억6500만원)의 세 배 가까운 거액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흔들릴 만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핵심 선수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신임 홍명보 감독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윤빛가람을 새 시즌 전술 구상에 포함해야할지, 제외해야 할지, 모호한 상황이 이어졌다. 홍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다. 선수와 마주 앉아 심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눴다. 홍 감독은 “마음과 구단의 비전을 공유했다. 이를 통해 (윤빛)가람이한테 팀 잔류를 약속받았다. 최근 또 중국행 소문이 돌았지만, 이제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은 윤빛가람은 무섭게 집중했다. 선제골 이후 공격포인트를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공격 흐름을 조율하며 울산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해냈다.
홍 감독은 이날 경기 내내 벤치에 머무르지 않고 비를 흠뻑 맞으며 그라운드 바로 옆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경기 후 홍 감독은 "비를 맞아가며 열심히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면서 "K리그에 19년 만에 돌아왔다. 입었던 유니폼의 색깔은 다르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매우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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