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평가 개선하겠다"는 카카오, '진정성'에 의문 부호 붙는 이유는..

나건웅 2021. 3. 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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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일하기 싫다’는 카카오 인사평가 항목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카카오는 인사평가 논란은 지난 2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처음 불거졌다. 카카오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왕따 문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게시글은 삭제됐지만 며칠 후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이라는 제목의 추가 폭로글이 게재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협업한 동료가 ‘다신 함께 일하기 싫음’과 ‘상관없음’ ‘함께 일하고 싶음’을 선택하도록 설계된 인사평가 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에도 ‘카카오 인사평가 방식이 너무 잔인하다’ ‘인사평가 시즌이면 유서가 올라오는 이유가 있다’는 등 게시글이 잇따라 업로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현재는 해당 문항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조사해달라는 근로 감독 청원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상황이다.

카카오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한 직원은 “동료들이 나를 평가한 결과를 본인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나와 함께 일하기 싫은 동료가 전체 응답자 중 몇 퍼센트인지, 또 회사 평균과 대비해 나와 일하고 싶지 않은 동료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 쓸데없이 친절한 평가지를 받아들 때면 자괴감과 우울감에 사로잡힌다”며 한숨 쉬었다.

악화되는 여론에 발등에 불 떨어진 카카오는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 카카오 관계자는 “인사평가 제도 등 직원이 느끼는 문제를 공유하고 개선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개 토론 간담회를 오는 3월 11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 간담회가 열리게 된 배경을 들여다보면 카카오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온’은 지난 2월 25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여는 온라인 사내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에 참여해 해당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요청했지만 회사로부터 제한당해. 결국 따로 자리를 만들기로 합의를 본 것이 3월 11일 추가 간담회다.

지난 2월 25일 진행된 간담회 당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다소 '쿨(?)'한 발언도 구설수에 올랐다. 김 의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카카오 사내문화에 대해 "(어려움이 있다면) 외부에 알리는 게 아니라 내 동료, 내 보스, 내 CEO에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한다.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기본 마음가짐은 있는 회사라고 아직 믿는다. 그런 의지가 없다면 떠나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접한 카카오 직원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거냐" "사내문화 개선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 직원은 “지난 2월 25일 진행된 간담회 때도 사전 질문을 받고 질문자를 선별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추가 간담회 때도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8호 (2021.03.03~2021.03.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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