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첫 확진 53일 만에 '0명'.. 대구의 반격, 세계가 놀랐다

최일영 2021. 3. 1. 20: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 1년 투쟁기
지난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세계 최초로 대구에서 시행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대구시 제공


‘2월 중순부터 감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 대구만큼 코로나19 바이러스 싸움을 견뎌낸 곳이 거의 없다. 정부방침보다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구시민이 지키고 있고 인내심을 잃지 않고 있다(월스트리트 저널)’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된 2020년, 많은 세계인에게 대구는 삶의 모델처럼 비쳤다(미국 ABC뉴스)’

외국 언론들이 바라본 대구의 모습이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 1년을 맞아 발생부터 백신접종이라는 희망 신호탄을 쏘기까지 K-방역의 모델이 된 대구의 투쟁기를 살펴봤다.

처음 겪는 공포…쓰러지지 않았다

지난해 2월 18일 평화롭던 대구에 코로나19 첫 확진자(31번·신천지 신도)가 발생했다. 신천지 대구집회소를 중심으로 5일 만에 환자수가 세 자리 수로 급증했다. 첫 환자 발생 11일 만인 2월 29일에는 하루 최대 확진자가 741명 발생했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했고 3월 13일 대구시와 경북 일부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3월말 대구 확진자수는 6700여명으로 당시 전국 확진자수의 70%에 육박했다.

처음 겪는 재난에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빚어졌다. 사태 초기만 해도 세부 대응지침이 없었고, 병상 부족으로 자택 대기 환자가 하루 최고 2270명에 이르기도 했다. 집에서 대기하던 환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대구시민을 조롱하고 대구를 폄하하는 내용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졌다. ‘대구 봉쇄론’ 등의 루머와 가짜뉴스가 판쳤다. 하지만 대구시민들은 공동체를 지켜내겠다는 시민정신을 바탕으로 공포에 맞섰다. 대구는 첫 환자 발생 53일 만에 일일 확진자 ‘0명’이라는 기적적인 기록을 만들어냈다.

1차 대유행 이후 전국적으로 발생한 2·3차 대유행에 대구는 다시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1차 대유행을 겪으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슬기롭게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대구의 반격, 세계가 주목

당시 확진자 치료를 위해 혼신을 다한 대구 의료진. 대구시 제공


1차 대유행 당시 대구시민들은 ‘자발적인 봉쇄’라고 불릴 만큼 강력한 방역을 실시했다. 확산세가 안정될 때까지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 친지, 지인들을 만나지 않는 등 거리두기를 스스로 실천했다. 당시 도로·인도에 차와 사람이 없고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는 등 공포감이 극에 달했지만 사재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질서도 잘 지켜졌다. 전국의 의사, 간호사, 소방대원들, 자원봉사자들이 대구로 모여들어 위기를 통해 하나 되는 국민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구는 방역 최전선에서 방역 교본을 써내려 갔다. 차에 탑승한 상태로 검체를 채취하는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신천지 대구집회소 신도들과 요양병원·정신병원 환자·종사자 등 고위험군 대상 선제적 전수 진단검사, 생활치료센터 등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또 대중교통 이용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전자출입명부(QR코드) 도입 등을 전국 최초로 시도해 방역을 선도했다.

이 모든 것들이 더해져 특별재난지역에서 세계적 방역모범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대구의 방역을 벤치마킹했고 외신들은 대구를 주목했다. 2·3차 대유행 때는 다른 지역의 환자를 수용하는 등 1차 대유행 때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28일 ‘2·28민주운동 기념식’ 후 사태 초기 20여일간 대구에 상주하며 방역에 힘쓴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감사의 뜻이 담긴 기념액자 등을 전달했다. 정 총리는 “세계가 인정한 대구의 품격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자랑”이라고 극찬했다.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장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시 관계자는 “일상복귀를 기대하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며 “코로나19극복 범시민대책위원회, 대구시의사회와 방역 전문가 민·관 거버넌스 등을 통해 종식 때까지 촘촘한 방역망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악몽 같았지만 대구의 가치 주목했던 시간”


권영진 대구시장(사진)은 1일 코로나19 1차 대유행 1년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지독한 악몽과 같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우리 모두가 대구의 가치에 주목한 뜻 깊은 시간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권 시장은 "위대한 대구시민정신과 전국에서 달려와 준 의료진, 소방대원 등의 헌신 덕분에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가며 세계에서 인정받는 방역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며 "대구시민정신과 온 국민이 함께 만든 협력, 연대의 대역사를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겨 미래세대가 영원히 기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올해를 일상회복과 경제도약을 실현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구를 감염병에 강한 도시로 만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공공 격리병상과 전담병원, 생활치료센터 등 대응 의료체계를 잘 유지해나갈 계획"이라며 "백신접종이 시작된 만큼 조속한 일상복귀가 가능하도록 신속하고 안전한 접종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대경권 감염병 전문병원,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적극 추진해 감염병 등에 대응할 수 있는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은 경제방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대구시는 올해 초 3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제1차 대구형 경제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제2차, 제3차 대책도 준비할 계획이다.

그는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어느 정도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말에서 11월초에 '다시 뛰는 대구 경북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며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 서대구역세권 대개발, 대구형 뉴딜사업 등 역점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경제도약 기틀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