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브랜드야?" 상표띠 사라진 생수병, 되레 판매 대박났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화하면서 식음료 기업들이 ‘라벨(상표띠)’을 뺀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특히 라벨이 없는 플라스틱 용기는 분리수거도 쉬워 이를 찾는 소비자도 크게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1월 내놓은 자체브랜드(PB) 생수 ‘초이스엘 세이브워터 에코(ECO)’가 출시 한 달 만에 순매출 1억2000만원을 넘겼다고 1일 밝혔다. 기존 ‘초이스엘 세이브워터’를 리뉴얼해 라벨을 없애고 판매 금액의 10%를 비영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하도록 한 상품으로, 월평균 매출은 리뉴얼 이전보다 60% 이상 늘어났다. 소비자들은 “분리수거하기 편해서 좋다”, “쓸모없는 포장이 없어서 생수를 바꿨다”며 반기고 있다. 재구매 의사도 86%로 높다.
롯데마트 이효재 PB개발팀 상품기획자는 “초이스엘 세이브워터 에코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우선순위로 고려한 상품”이라며 “향후에는 다 쓴 페트 병을 수거해 친환경 가방이나 옷으로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리사이클링)한 친환경 자원순환 상품을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 안에 자체브랜드 생수 전 품목을 무(無)라벨로 교체할 계획이다. 한편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생수업계 최초로 출시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에코(ECO)’는 지금까지 1010만개 이상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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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쓰레기 분리배출에 인기
무라벨 상품의 인기 배경에는 복잡해진 쓰레기 분리배출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정부는 전국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투명 페트(PET)병 분리배출을 의무화했다. 무색이나 반투명 페트병은 내용물을 비우고 겉에 붙은 비닐 라벨을 떼서 버리라는 거다. 비닐 라벨은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을 거쳐도 잘 떼어지지 않아 재생원료 순도를 낮추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라벨을 하나하나 제거하기 귀찮고, 또 일부 제품은 접착제에 붙은 라벨이 잘 벗겨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이 이어져 왔다.
‘윤리적 소비’의 대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7월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5명 중 3명(59%)은 ‘착한 소비란 환경을 해치지 않는 소비’라고 답했다. 또 ‘올바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더 들일 의향이 있냐’는 항목에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8.9%)이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엠브레인이 전년 시행한 같은 조사보다 4.9%포인트 오른 수치다.
음료업계는 앞다퉈 라벨을 없앤 제품을 내놓고 있다. 코카콜라는 1월 국내 탄산음료 중 최초로 탄산수 ‘씨그램’에서 라벨을 없앴다. 이로 인한 연간 플라스틱 절감 효과는 약 445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풀무원은 ‘아임리얼’, ‘아임프룻’ 등 제품에 물에 잘 녹는 수(水)분리 라벨을 적용했다. 약알칼리성 접착액을 써 소비자들이 굳이 라벨을 제거하지 않아도 재활용 공정에서 쉽게 제거되도록 만든 것이다. 풀무원은 “2018년 생산량 기준으로 연간 1억3400만개의 포장 용기를 손쉽게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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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생수 제품 20% 이상 무라벨로 바뀐다
환경부는 지난달 23일 국내 10개 생수 제조판매업체와 ‘상표띠 없는 투명페트병 사용’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내로 라벨이 없는 투명페트병을 제품에 사용하고, 올해 말까지 출시되는 생수 제품의 20% 이상을 무라벨 투명페트병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하이트진로는 ‘석수’를, 편의점 CU는 자체브랜드 생수 ‘헤이루 미네랄워터’ 3종을 무라벨로 교체한다. 국내 생수 점유율 1위인 '제주삼다수'는 6월부터, 3위 '백산수'는 연내에 무라벨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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