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마침내 작동한 KBS 트리오 '넓고 깊었다'

한준 기자 2021. 3. 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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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방송 매치 오브 더 데이에서 표기한 토트넘 번리전 선제골 직전 선수 포진도.  BBC 분석 화면 캡쳐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지난 해 10월 가레스 베일이 토트넘 홋스퍼와 임대 계약을 맺은 뒤 손흥민과 해리 케인, 베일로 구성될 'KBS 트리오'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애석하게도 베일은 두 선수에 준하는 폼을 보이지 못했다. 유로파리그 경기에 주로 나서면서도 번뜩임을 보이지 못해 '실패한 영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0-2021시즌 토트넘은 케인을 가짜 9번으로 내려 쓰고,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최전방으로 올라가 득점하는 교차 움직임을 주 득점 루트로 삼았다. 주제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혜안으로 평가 받았던 전술은 후반기 들어 상대 팀의 케인 압박, 손흥민 공간 제어로 묶이자 단조로운 축구라는 질타로 이어졌다.


델리 알리의 부진이 길어지고 조반니 로셀소까지 부상으로 이탈하자 탕기 은돔벨레의 각성에도 토트넘은 리그 순위가 중위권으로 떨어지며 위기론을 겪었다. 이 위기론을 타계한 주인공이 베일이라는 점은 극적이다. 베일은 볼프스베르거와 2020-2021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에 1골 1도움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번리와 지난 주말 2020-2021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2골 1도움으로 단숨에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흥민과 가레스 베일(가운데, 이상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 베일의 부활, KBS 트리오의 전술 구조


기대했던 손흥민-케인-베일 트리오 작동의 중심에는 2선 중앙에 배치된 루카스 모우라가 있다. 은돔벨레를 한 칸 내려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짝지운 것도 토트넘의 공격 속도를 높였다. 모우라는 전방위 움직임으로 베일의 압박 부담을 덜어줬다. 손흥민은 자신에게 집중 견제가 이어지는 상황을 이용해 사이드 라인을 타고 이동하거나 아예 최전방으로 침투하는 등 동선을 바꿨다.


최근 세르히오 레길론이 부상에서 돌아와 하프 스페이스를 점유해준 것도 토트넘 공격수들의 견제 부담을 덜어줬다. 손흥민, 모우라, 케인, 베일이 동시에 전방에 자리하고 세르주 오리에와 레길론까지 전진해 무려 6명의 선수가 공격 대형을 구성한 토트넘은 '손흥민과 케인에게 뻥 차주는 게 전부인 공격 전술'이라던 최근 영국 언론의 비판을 경기장 위에서 반박했다.


무리뉴 감독이 각 포지션에 지나치게 정형화된 기용만 한다는 비판도 케인의 2선 이동, 손흥민의 전방 침투, 베일의 측면 플레이메이커 역할 및 모우라의 전후진 움직임을 통해 반박됐다. 


로셀소의 부상 이탈 속에 무뎌진 알리, 타이밍이 늦은 은돔벨레와 라멜라로 인해 10번 역할이 제한적이던 토트넘은 케인에 대한 중원 압박을 모우라가 해결해주고, 단조롭던 스티븐 베르흐베인의 측면 플레이 대신 베일이 남다른 클래스의 경기력을 보이며 '고급 공격 축구'를 구사했다.


KBS 트리오 작동의 기반은 각각 왼쪽, 중앙, 오른쪽으로 영역을 정하면서도 사이드 라인과 하프스페이스를 유기적으로 오가고, 이 사이 공간을 2선과 풀백 자원이 전진해 채워주면서 고립을 방지해주는 점이다. 주중 경기에 휴식을 취한 호이비에르가 전진 수비로 매우 공격적인 네 명의 공격수 뒤를 지원하고, 다빈손 산체스와 토비 알더베이럴트 센터백 조합이 이전보다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하면서 토트넘은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무려 6명의 선수가 공격에 달려든 토트넘의 후반전 공격 대형. BBC 분석 화면 캡쳐

◼︎ 토트넘에 찾아온 두 번째 기회


베일의 활약 및 토트넘의 연이은 4득점 경기 상대가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도 6위권인 볼프스베르거, 프리미어러리그에서 잔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번리를 상대로 펼친 것이라 과장되었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기존 토트넘은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도 답답한 경기를 해왔다. EPL 상위권인 웨스트햄유나이티드전 후반에도 비록 득점은 하지 못했으나 손흥민, 케인, 베일의 삼각 편대 공격이 효과를 봤다.


베일의 폼이 올라온 것은 수를 읽히고 집중 견제를 받던 손흥민과 케인에게 희소식이다. 베일은 최근 경기에서 운영 능력 면에서는 손흥민과 케인 이상의 선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베일이 갖고 있는 경험이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손흥민도 "베일은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선수"라며 함께 하며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풀럼, 크리스털 팰리스를 연이어 상대한다. 3연승은 곧 리그 순위를 유럽대항전 진출권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베일의 부활로 유로파리그 우승, 카라바오컵 우승에 대한 희망도 재점화됐다. 무리뉴 감독은 '구식 전술'이라는 냄비 여론의 비판을 딛고 다시금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 행복 축구를 가져왔다.


사진= 'BBC' 캡쳐,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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