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골든글로브 거머쥐었다..'기생충' 이어 2년 연속 쾌거 [영상]
지난해 '기생충' 이어 2년 연속 한국어 영화
1980년대 한인 이민자 가족의 따뜻하고 생생한 미국 정착 분투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MINARI)’가 28일(현지시간)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재미교포 2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보편적이면서도 놀라운 이민자들에 관한 이야기”(워싱턴포스트) 등의 찬사를 받아왔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스의 비버리 힐튼 호텔과 뉴욕시 록펠러 센터 레인보우 룸에서 나눠 열린 시상식은 코로나19 때문에 참석자를 최소화했다. 화상으로 수상 소식을 접한 정 감독은 출연진·스태프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모든 미나리 가족에게 고맙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자택에서 딸을 껴안은 채 미소 띤 모습으로 “여기 함께 한 딸이 이 영화를 만든 큰 이유다. 미나리는 가족 이야기다.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이고, 그 언어는 단지 미국의 언어나 그 어떤 외국어가 아니라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라고 소감을 전했다. ‘미나리’는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합작의 ‘라 로로나’,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미국-프랑스 합작의 ‘투 오브 어스’ 등과 외국어영화상을 놓고 다툰 끝에 트로피를 쥐었다.
재미교포 2세대인 정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30대 부부와 자녀(남매), 그리고 이들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온 할머니의 희망과 좌절, 의지의 여정을 담았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골든글로브 직전까지 총 74관왕(157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올랐다. 특히 외할머니 순자 역의 윤여정 연기가 주목받아 각종 영화제·시상식에서 총 26관왕에 올랐다. 주인공 제이콥을 연기하면서 프로듀서로도 참여한 재미교포 2세 배우 스티븐 연은 지난 2월26일 한국 기자들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매우 한국적이면서 또한 그냥 인간들의 이야기란 게 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나리’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에서 주요 대사가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란 이유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부문으로 분류돼 ‘인종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페어웰’을 연출한 중국계 영화감독 룰루왕은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 없다. 영어 구사만으로 미국적인 걸 특징짓는 구식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영화평론가 및 주요매체들은 골든글로브가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는 차원에서라도 미나리에 ‘보상’을 할 거라는 전망을 한 바 있다.
이로써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한국계 영화가 2년 연속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기세를 몰아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작품상 포함 4관왕에 올랐다.
아카데미는 지난해부터 외국어영화상의 이름을 바꿔 국제영화상으로 시상하고 있고, 외국어 사용 여부는 작품상 등 주요 부문 수상 기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카데미는 오는 15일 후보를 발표하고, 다음 달 25일 시상식을 연다.
미국 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북미 개봉 3주차 주말을 보낸 ‘미나리’는 추가 상영 요청에 따라 극장을 늘려가고 있으며 누적 매출 25만1000달러(약 2억 8200만원)를 올렸다. 국내에선 3월3일 개봉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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