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14억 오른 강남 재건축 압구정

정다운 2021. 3. 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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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 잇는 조합설립..재건축 급물살?
서울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 아파트들이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8일 조합설립총회를 진행한 압구정 3구역 단지 전경. <연합뉴스>
“(압구정 재건축에 투자한 소유주들은) 어차피 길게 볼 생각이었겠지만, 이번 조합설립이 의미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실거주 2년 의무 규제를 확실히 피했기 때문 아니겠어요? 직접 입주해 살아야 할 생각에 고민 많은 집주인들이, 이제 마음 놓고 세를 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서울 강남 대표 재건축 지역인 압구정 아파트들이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피해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6개 정비 구역 가운데 4구역에 이어 5구역도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자 소유주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팔릴 때마다 직전 거래가보다 수억원에서 최대 10억원 이상 오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조합이 한번 설립되면 조합원 지위 양도 또한 금지되는 탓에 미리 아파트를 사두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압구정동 일대 중층 아파트 24개 단지들(1만466가구)을 6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압구정지구 개발은 2016년 9월 서울시가 재건축 밑그림이 될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는데 이후 압구정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이 수립되지 않으면서 후속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4구역이 6개 구역 가운데 처음으로 조합설립을 인가받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4·5구역, 2년 의무 거주 피해 안도

▷2·3구역도 조합설립 준비 잰걸음

강남구청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 압구정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 주택 재건축 정비 사업 조합설립 추진위가 제출한 조합설립 신청서를 인가했다. 2017년 11월 추진위가 설립되고 나서 약 3년 3개월 만이다. 압구정동에서 재건축 승인이 난 것으로 치면 2002년 6구역(한양5·7·8차 중 7차만) 이후 약 19년 만이다. 4구역 내 한양3·4차는 1978년도, 한양6차는 1980년도, 현대8차 아파트는 1981년도에 준공됐다. 현재 1368가구인 압구정 4구역은 추후 사업시행 인가와 관리처분계획 등을 거쳐 2000여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어 2월 22일 5구역(한양1·2차)도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2017년 8월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지 약 3년 5개월 만이고, 지난해 12월 29일 조합설립 신청을 한 이후 두 달 만이다. 이에 따라 5구역은 4구역에 이어 두 번째로,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요건을 피하게 됐다. 압구정 5구역은 현재 총 15개동, 1232가구 규모다. 한양1차가 1977년 12월, 한양2차가 1978년 9월에 각각 준공됐다. 5구역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설 연휴가 겹치면서 조합설립 인가가 예상보다는 늦었다”며 “집주인의 84%가 재건축에 동의할 만큼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압구정 2구역(신현대9·11·12차)은 지난 2월 25일, 이어 28일에는 3구역(현대1~7·10·13·14차·대림빌라트)이 각각 조합설립을 위한 총회를 열었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지난해 정부가 6·17 대책을 내놓은 이후 오히려 조합설립을 서둘러왔다. 대책 발표 당시 정부가 아직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 못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는 집주인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입주권을 주겠다고 발표한 게 단초가 됐다. 압구정 아파트는 대형 아파트일수록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소형 아파트는 세입자 비율이 높다. 일례로 압구정5구역은 이 단지에 살지 않는 외부 거주 소유주 비율이 50%를 넘는 데다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소유주도 25% 안팎에 이른다. 2년 실거주 규제가 시행된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소유주가 많은 만큼,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걷는 것에 협조적일 수밖에 없다.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라 실제 시행은 당초 예상보다 미뤄진 상황. 법안이 3월 중 임시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시행은 3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6월부터나 가능해질 전망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에는 다소 여유가 생긴 것이다.

다만 언젠가는 시행될 규제인 만큼 압구정은 제도 시행 전 조합설립을 마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6·17 대책이 그간 지지부진했던 압구정동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끌어올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압구정동 아파트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잇따라 조합을 설립하거나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자 아파트 매매 호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내 현대2차 아파트 전용 196.84㎡는 조합설립 인가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지난 1월 11일 55억원(6층)에 팔렸다. 지난해 8월 같은 면적 아파트가 49억3000만원(13층)에 최고가를 쓴 적 있는데, 그보다 5억7000만원 비싼 가격에 다시 주인을 찾은 것. 같은 구역 현대3차 전용 82.5㎡는 27억원(10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불과 사흘 전인 9일, 같은 면적 아파트가 1억원 낮은 26억(8층)에 팔린 바 있다.

현대 6·7차 전용 144.7㎡는 지난 1월 11일 41억원(7층)에 거래됐는데 이제 같은 면적 아파트 매물 호가가 40억~43억원이고 45억원, 48억원에 팔겠다는 집주인도 나타났다.

이제 막 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한 압구정2구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현대9차 전용 111.38㎡는 1월 6일 30억3000만원(5층)에 매매돼 처음으로 30억원을 넘었고, 이어 같은 달 말 30억5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대12차 전용 182.95㎡는 지난해 가장 높았던 매매 가격이 45억원이었는데, 지난 1월 16일 57억5000만원(10층)으로 14억원 이상 뛰었다.

서울 같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이 설립된 이후에 매수하면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 단 10년 보유 5년 이상 거주, 1주택자인 조합원 매물에 한해서만 새 소유주에게 입주권을 승계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격이 오르는데도 매물은 부족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난다. 살 사람은 많은데, 팔 수 있는 매물은 한정돼 있으니 가격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월 17일 기준 압구정 3구역 내 현대3차 아파트 매물 수는 한 달 전 대비 39.5% 급감했다. 압구정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는 찾는 수요는 꾸준한데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라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에 팔기 좋은 시기”라고 귀띔했다.

압구정 아파트 매매가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는 10년 이상 소유, 5년 이상 실거주한 1주택자 외에는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지 못해 매물량이 크게 줄었는데, 이때 매수 대기자가 많으면 가격이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합수 위원은 “다른 압구정 구역들도 조합설립 일정이 확정되면 투자 가능한 매물이 줄어들고 아파트값도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조급한 마음에 덜컥 최고가에 압구정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아직 사업성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든 사업 초기 단계지만, 추정분담금이 적어 사업성이 높을 것이라 예상하는 단지를 매수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또한 사업성이 높을 것이라 예상하더라도 결국 장기 투자를 각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8호 (2021.03.03~2021.03.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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