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새로운 화폐전쟁의 서막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 1976년 화폐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의 유명한 문장이죠.
필생의 역작 ‘화폐경제학’ 서문에서 프리드먼은 “미래의 화폐는 어떤 형태를 가지게 될까? 과연 컴퓨터의 바이트(byte)일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에필로그에서는 “화폐는 너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에만 맡길 수 없다”고도 덧붙였죠.
# 1945년 미국 조지아주 휴양도시 서배너에서 열린 브레튼우즈 총회 때 영국 대표 케인스는 미국이 패권적 기축통화를 고집하면 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치달으면서 진짜 실물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죠. 그러나 미국은 케인스의 의견을 깨끗하게 무시해버립니다. 철저하게 소외당한 충격이 엄청났던지 회의가 끝나고 돌아가던 도중 케인스는 졸도해버렸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케인스의 예견은 고스란히 맞아떨어졌고, 전 세계는 화폐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듭니다.
# 몇몇 자유주의자가 ‘달러 주도 금융’에 반기를 들고 일으킨 화폐혁명의 결과물이 암호화폐입니다. 1990년 최초의 암호화폐 ‘이캐시(ecash)’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2009년 비트코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드디어 암호화폐가 양지로 나옵니다.
“화폐는 애초에 중앙집권의 통제 없이 생겨났다. 화폐 발행량, 유통량, 환율이 모두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됐다. 이후 사회가 성장하면서 정부 손으로 넘어갔다. 화폐가 경제의 힘에서 정치의 힘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체제에 도전해 혁명을 일으킨 게 암호화폐다.”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가 자신의 저서 ‘화폐혁명’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 앞으로 화폐 업계(?)의 새로운 주인공은 디지털화폐입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검토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존과 180도 다른 입장 변화입니다. 똑같이 미적거렸던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도 올해 안에 디지털엔화와 디지털유로화를 도입하기로 했다죠. 디지털화폐에서 가장 앞서 있는 중국은 상하이에서 이미 디지털위안화가 상용화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한국은행도 준비를 하고 있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시대가 되면 민간 암호화폐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과 정반대로 오히려 급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상존합니다. 바야흐로 새로운 화폐전쟁의 서막. 손은 비트코인 기사를 쓰면서도 시선은 ‘디지털화폐’를 향해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 호도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가득합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과 함께 가수 슈퍼주니어 최시원 씨 초대로’ 요즘 최고 화제라는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클하)의 초대장과 맞팔(맞팔로우) 이력을 통해 국내외 재계와 스타트업 업계 주요 CEO들 인맥 지도를 그려봤습니다. ‘재산 절반 기부 약정’ 등 기존 재벌과는 다른 ‘통 큰 기부’ 행태를 보이는 IT 신흥 부호 기부 열풍에 담긴 사회적 현상을 진단했고요. 한 달 만에 아파트값이 14억원 뛰었다는 압구정에 무슨 일이 있는지도 들여다봤습니다.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8호 (2021.03.03~2021.03.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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