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수용? "공공 개발도 대놓고 사회주의"

정다운 2021. 3. 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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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의견 수렴도 없이 토지 수용이라뇨. 명백한 재산권 침해입니다.”

정부가 지난 2월 5일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 일대(후암특별계획1구역 약 4만7000㎡)에 주택을 짓겠다고 밝히자 땅 주인과 건물주들(이하 소유주)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일대 토지를 정부가 소유주 동의 없이 수용하는 ‘공공주택지구 개발’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후암특별계획1구역에 분양, 임대주택 등 총 241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유주들은 이번 정부 발표와 무관하게 동자동 일대 복합도시 계획안의 용역을 진행해오던 참이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해당 지역 거주자나, 비거주 소유주 가운데 무주택자에 한해 분양주택 우선공급권을 주겠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소유주 상당수가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당할 위기에 처했다. 동네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 소유주들은 정부에 토지 소유권을 넘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앞으로 정부가 어느 땅을 뺏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소유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기준은 동일하다”며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소유주에게 ‘정당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세를 무시한 공시지가 정산 방식 역시 사유재산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낙후된 쪽방촌 주거 환경은 주민 주거권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개선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공익’을 명분 삼아 정부가 이 정도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옳은가. 2·4 대책에서 약속한 서울 주택 32만가구 공급을 이런 식으로 달성할 텐가. “정부가 자그마한 사업장까지 토지 수용 권한을 휘두를 수 있도록 하는 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밖에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일침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8호 (2021.03.03~2021.03.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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