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로빈후드 효과'에 월街 브로커들이 웃는다

2021. 3. 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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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얼마 전 아들이 애청하는 유튜버의 Q&A 방송을 함께 봤다. Q&A 방송은 시청자가 유튜버에게 평소 궁금해하던 내용에 대해 마치 유명 연예인의 팬 미팅처럼 답변하는 것이다. 여러 질문 중 하나가 유튜버가 되기 전 무엇을 했나였는데 이 유튜버는 “그전에는 아웃사이더 같은 고등학생이었고 유튜브가 없었다면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튜브를 보면 ‘유튜브가 없었다면 저 많은 ‘끼’를 어떻게 억눌렀을까’ 싶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유튜브는 기존의 뛰어난 외모나 재능을 갖고, 엄청나게 운이 좋아 발탁된 소수의 엔터테이너만 가질 수 있었던 기회를 많은 사람에게 제공했다. 한마디로 진입장벽이 완전히 허물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주 잊는 것이 있다. 정확한 통계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99%의 유튜버들은 100원도 번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기술 발전으로 진입장벽이 무너진 곳 중 잊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현상이 보이는데 가장 심하게 두드러진 곳이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의 경우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주식시장의 10% 안팎이 개인투자자였는데, 2020년에는 거의 25%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중국은 2020년 첫 6개월간 600만명의 개인투자자가 늘어났다.

미국 온라인 브로커 ‘로빈후드’로 대표되는, ‘투자를 민주화했다’라고까지 불리는 앱들은 이커머스에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더 간편하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게다가 계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자금이나, 거래할 때마다 내야 하는 수수료 역시 없다. 이에 간편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갖고 있는 자금에 영끌한 자금까지 합쳐, 전체 주식시장 흐름을 바꿔놓는 것을 ‘로빈후드 효과’라고 부르게 됐다. ‘로빈후드 효과’ 중 대표적인 사건은 오프라인 숍에서 게임을 파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했던 ‘게임스탑’ 주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굉장히 고전했던 렌터카 회사나 크루즈 회사 주식 역시 로빈후드 효과의 수혜를 받았다.

로빈후드로 인해 또는 ‘로빈후드 효과’로 대부분 개인투자자가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 물론 앞서 이야기한 유튜버처럼 인생을 바꾼 개인투자자도 있을지 모른다. 로빈후드는 정말 로빈후드처럼 사람들을 돕기 위해 무료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을까.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의 큰 회사들은 로빈후드 같은 리테일 브로커에게 3억달러 이상의 돈을 지불했다. 로빈후드 같은 앱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주문을 하면, 그것은 월가의 브로커에게로 간다.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그들은 사고파는 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로 수익을 낸다. 따라서 월가 브로커들은 거래가 자기에게 오면 올수록 수익을 낼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과 올리버 와이만이 함께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중국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 소유 비중이 21%에 달한다. 나머지는 기관투자자 소유다. 하지만 전체 거래량의 80%는 개인투자자들이 만든 거래량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에 비해 4~5배 정도 거래를 자주 한다는 것이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8호 (2021.03.03~2021.03.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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