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신발 만든다면서 왜 IT기업 인수할까

2021. 3. 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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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홍순재 딜로이트안진 재무자문본부 상무
얼마 전 신발 회사 대표가 찾아와 “3D 입체 영상 기술 또는 센서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신발 회사가 왜 이런 회사를 찾는지 궁금했다. 답변은 명쾌했다. 사람마다 발 사이즈가 달라 맞는 치수의 신발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 대표는 “모바일상에서 소비자가 센서 기술을 활용해 발 사이즈를 측정한 후 업로드해놓고 적합한 사이즈의 신발을 추천하는 온라인 맞춤 서비스를 준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회사는 관련 기술자를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인수합병(M&A)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십 년 동안 신발 제조에 매달려온 터라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상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내재화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들어 제조업 M&A 패턴이 다양해졌다. 그동안 제조업에서는 보수적 성향의 M&A가 주를 이뤘다. 경쟁 업체를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거나 납품구조상 수직적인 관계에 있는 회사를 인수해 시너지를 높이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 등의 회사를 인수하거나 이들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등 첨단 기술 업종과 ‘피를 섞는’ 작업이 활발해졌다. LG전자가 캐나다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인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 사실이 보여주듯 제조업과 첨단 업종 간 컬래버가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대기업은 치밀하게 M&A 프로세스를 준비한다. 내부에 경험 많은 인재들이 포진돼 있고 전략 방향성 또한 명확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중소 규모 기업은 M&A에 취약하다. M&A가 기업 성장의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 변화 속도가 매우 가파른 요즘 같은 분위기에는 M&A가 매우 효율적인 전략이다. 가장 빠르게 기술과 시장, 인재와 브랜드 등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사의 향후 성장 방향과 미래 사업에 대한 전략 수립이 필수다. 회사가 보유한 차별적인 가치를 분석하고 이를 활용한 신사업 밑그림이 명확해야 한다.

‘인수 후 통합 관리(PMI)’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인수협약서에 사인했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기업 간 이질적인 조직문화와 상이한 보상 체계로, 인수 이후 마치 물과 기름처럼 두 회사가 따로 노는 상황이 발생한다. 영업, 구매, IT, 재무회계, 인재 관리 등 경영 파트 전 부문에 대한 체계적인 PMI 실행 방안 수립과 수행이 수반돼야만 한다. 특히 스타트업을 인수한 경우 스타트업의 역동성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Do not try to change each other. just bridge the gap. Need to learn each other's culture(서로의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간극을 메우고 서로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

이 말은 일본 소니가 이스라엘 반도체 솔루션 기업인 알테어세미콘덕션을 인수할 당시(2016년) 인수 태스크포스팀 키워드였다. 조직문화가 상명 하달 식인 일본 기업이 자유분방한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품기 위해 PMI에 매우 공을 들여 성공적인 통합을 이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순재 딜로이트안진 재무자문본부 상무]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8호 (2021.03.03~2021.03.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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