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줄자 대선 행보..정세균 '우정특공대' 팬클럽 띄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발이 묶였던 정세균 국무총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방 일정을 늘렸고, 언론 앞에서 직접 정책의 방향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팬클럽도 출범했다. 정치권은 차기 대선 주자인 정 총리가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고 읽고 있다.
정 총리는 28일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61주년 2·28 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 가덕도를 방문하는 등 여권이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이면서 TK(대구·경북) 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방문이라 주목을 받았다. 정 총리는 기념사에서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대구의 원대한 결의를 힘껏 응원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3차 유행 이후 지방 일정 등을 최소화했다. 그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지난해 12월 부산, 경북 포항, 울산, 대구를 연달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했다. ‘어서 오세요, 총리 식당입니다’라는 제목의 ‘먹방’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가 심각한데 총리가 대선 행보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정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매일 주재하기로 결정하는 등 다시 코로나19 일정에 집중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500명 이하로 내려가자 정 총리는 다시 활동의 범위를 넓히는 모양새다. 정 총리는 지난 24일 전북 전주의 새만금위원회를 방문한 뒤 한국탄소산업진흥원 개원식에 참석했다. 전북은 정 총리의 지역구이자, 고향이다. 정 총리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전북에선 “대선 출정식 성격의 행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총리실 관계자는 “최근 지방 일정을 대선 행보로 보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활동의 범위를 본격적으로 넓힌 건 사실”이라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지방을 방문해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 25일부터는 모든 기자를 대상으로 개방형 브리핑도 시작했다. 정 총리는 가덕도 신공항, 검찰개혁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앞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브리핑을 연다. 매주 언론 앞에 서는 만큼 정치권은 이를 대선 행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정 총리가 광폭 행보를 시작한 시점에 맞물려 팬클럽도 출범했다. 대표적인 ‘SK계(정세균계)’ 의원으로 꼽히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어젯밤 정 총리 팬클럽인 우정(友丁)특공대 발대식이 있다고 해서 저도 참석했다”며 팬클럽 출범 소식을 알렸다. ‘우정’은 ‘우리가 정세균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또다른 SK계 인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 백재현 전 의원이 발대식 사회를 맡았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 300여명이 화상으로 발대식에 참석했다. 정 총리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김민석, 김영주 의원 등 현직 의원 21명도 팬클럽에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팬클럽 출범이 정 총리 대선 행보 시작의 신호탄이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해석의 영역 아니겠냐”고 했다.
정 총리는 아직은 다른 여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 지지율이 뒤지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확정하는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이번 추경은 이낙연표 추경”이라며 이 대표를 띄워줬다. 하지만 정 총리는 “이 대표께서 함께하는 마지막 회의”라고 말하면서, “혹시 또 변심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요” 농담을 던졌다. 이 대표는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에 출마할 경우 다음달 9일까지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변심”은 이 대표가 대선에 안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이 대표와 정 총리는 경력(총리)과 장점(안정감과 경험),출신(호남) 등이 겹치는 라이벌 관계로 통한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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