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활용하려던 日, 손놓고 있던 韓.."명예회복·공론화 정부가 나서라"

김영선 2021. 2. 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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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일본군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왜곡한 마크 램지어 미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을 국제 여론에 활용하려 했던 정황이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의 '무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램지어 교수가 최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논문 파동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우리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국제적 공론화 등 후속조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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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후퇴'에 일단락 분위기
정부 '로키' 비판 목소리
"후속조치 강구해야" 지적
미국 연방 상원의원의 모친도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 철회 요구에 가세했다. 27일(현지시간)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조지아주 브룩헤이븐 블랙번 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램지어 교수 논문 철회 촉구 집회에 존 오소프(민주·조지아) 상원의원의 모친 헤더 펜턴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일본군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왜곡한 마크 램지어 미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을 국제 여론에 활용하려 했던 정황이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의 ‘무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램지어 교수가 최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논문 파동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우리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국제적 공론화 등 후속조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의 미국 잡지 ‘뉴요커’ 기고문에 따르면 한·일 문제 전문가인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일본 외무성의 고위 관리가 자신에게 램지어 교수 논문을 “한국 입장의 거짓 속성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제시했다고 석 교수에게 전했다.

해당 논문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이 고위 관리는 스나이더 교수에게 ‘일본 정부가 램지어의 주장을 포용하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이 논문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 했다가 뒤늦게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램지어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가 매춘 계약을 맺었다는 계약서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고, 논문 출판사는 법경제학국제리뷰(IRLE) 3월호에 논문을 게재하지만 논란이 계속되면 이에 대한 적절성을 심사할 수 있다며 추가 조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학자 개인의 연구’라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태도와 대비된다. 이번 논문 파동 내내 정부의 대응은 ‘로키’였다. 램지어 교수의 ‘후퇴’는 국제 학계와 시민단체가 끌어낸 결과였다.

논문을 둘러싼 국제적 논란이 확산하는데도 외교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들은 “정부가 대응할 정도의 가치가 있느냐”며 등한시했고,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고도 “특정한 비방이 아니었다.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확전을 경계했다. 장관 후보자일 때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 달리 정의용 장관은 취임 3주가 다 되도록 관련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선 “학자 개인의 의견에 대한 대응은 민간이 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럼에도 정부가 너무 안이했다”는 등의 의견이 맞선다.
전문가들은 파동이 가라앉더라도 우리 정부의 후속 조치는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종일 전 주일대사는 28일 “위안부 문제는 ‘한국 대 일본의 다툼’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라며 “정의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흥수 전 주일대사는 “피해자들이 바라는 건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과”라며 “이를 위해 일본이 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이 있을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일본과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자들의 생활유지에 집중돼있는 정부 지원을 명예회복까지 넓혀 역사 왜곡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학계에서 대응하는 게 좋긴 하지만 일본 정부가 그렇게(논문 활용) 했다는 정황에 대해 정부가 아무 입장이 없다고 하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며 “먼저 들고 나설 순 없더라도 언론에 답변하는 형식을 빌려서라도 ‘옳지 않다’고 지적하거나 ‘학계에서 충분히 대응하리라 믿는다’며 힘을 실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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