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에 반도체 '갈증'..삼성·TSMC 공급 차질 장기화

美 오스틴 내 업체들, 2주 가까이 재가동 못 해
사태 장기화 우려에 자동차 업계도 '비상'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8일(현지시간) 전력회사 기사들이 오데사 지역의 파손된 전신주 수리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가운데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셧다운 상황이 한 달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자동차 업계도 추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발생한 한파 여파로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차량용 반도체 분야 세계 1·2위인 NXP·인피니언 등 반도체 업체가 재가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에서 10나노급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며, 차량·모바일·통신 반도체 등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공급이 끊긴 전력망은 일부 복구됐지만, 정상 가동을 위한 여건이 미비하다고 판단에 따라 가동이 멈춰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당국으로부터 미리 공지를 듣고 손실에 대비했다고 밝혔지만,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서 사태 장기화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스틴 공장의 지난해 매출이 3조9131억원이었던 점을 바탕으로 추산하면 한 달간의 셧다운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4000억원에 이른다.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제품의 납품기한을 맞추지 못해 위약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

한파에 따른 용수 확보 문제도 공장 재가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반도체 공정에는 순수한 용수가 필수적인데, 식수원이 얼어붙으면서 물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 역시 대만에 발생한 가뭄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신추, 타이중 등 TSMC 공장이 있는 중북부 지역에 공업용수 사용을 7~11%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TSMC는 물탱크를 실은 트럭을 동원하는 등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테슬라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에 닥친 여파에도 반도체 수요가 여전해 제품을 구하지 못한 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자동차 업계도 공장이 멈추는 등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전기차 1위 테슬라도 최근 보급형 세단인 모델3의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으며,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도 이틀간 가동을 멈췄다. 사전 예약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에도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보다 반도체가 최소 100개 이상 더 필요하다.

GM·도요타·폭스바겐·포드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IHS마켓은 반도체 공급 차질로 인해 올해 1분기 100만대에 가까운 자동차 생산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상반기 D램 고정가가 전년 대비 13%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시장 예상치인 한 자릿수 중반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폭증하는 메모리 수요 대비 공급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고, 업체별 신규 투자가 전년 수준에 불과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