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도 국가가 관리? 여성에게 가해진 억압
[김준모 기자]
▲ <시녀 이야기> 포스터 |
ⓒ Bioskop Film |
한 무리의 여성들이 컴퓨터 앞을 통과한다. 어떤 여성에게는 음성이, 어떤 여성에게는 양성 판정이 내려진다. 음성 판정을 받은 여성들은 절규하며 다시 검사를 촉구한다. 그 여성들은 트럭으로 옮겨져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이송된다. 이 검사는 임신을 할 수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을 가르는 검사로 임신 불가인 음성 판정을 받은 여성들은 오염된 땅인 콜로니로 이송되어 평생 노역을 하게 된다.
▲ <시녀 이야기> 스틸컷 |
ⓒ Bioskop Film |
작품은 제목 그대로 시녀가 되어버린 미래 시대의 여성들을 보여준다. 길리아드 공화국이란 가상의 왕국은 핵 화학물질의 오염으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불임 상태인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중절 수술을 금지시키고 임신 가능한 여성들을 강제로 모은다. 이 여성들이 앞서 양성 판정을 받은 여성들이다. 그녀들은 한 장소에 모여 철저하게 통제를 받는다. 일정 시간 '핸드메이즈'로 교육을 받은 뒤 부유한 집에 시녀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녀들은 우수한 유전자로 판명 받은 집주인의 아이를 임신해야 한다. 길리아드공화국 경비원들의 공격으로 남편을 잃고 딸을 잃어버린 케이트는 핸드메이즈로 훈련받은 뒤 사령관의 집으로 보내진다. 사령관의 아내 세레나는 언제나처럼 집에 온 핸드메이즈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과, 같은 여성이 임신을 못한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다는 점 때문이다.
▲ <시녀 이야기> 스틸컷 |
ⓒ Bioskop Film |
<시녀 이야기>는 생존을 이유로 국가가 출산을 권력화하는 이야기다. 임신이 가능한 여성들은 적색 센터라는 곳에서 같은 여성들에 의해 억압된 교육을 받는다.
핸드메이즈가 된 여성들이라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된 게 아니다. 그녀들은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핸드메이즈의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여성을 사형시킨다. 작품에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은 건 소수 기득권층이다. 이에 속하지 못한 여성들은 임신을 할 수 없으면 죽임을 당하거나, 할 수 있어도 핸드메이즈가 되어 불안한 삶을 이어간다. 남성의 경우는 정치범으로 몰려 사형을 당한다.
▲ <시녀 이야기> 스틸컷 |
ⓒ Bioskop Film |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20세기 말이라는 점은 원작자 마가렛 애트우드가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억압과 위협을 먼 미래가 아닌 그 시대에 바라봤다는 점을 의미한다. 원작 <시녀 이야기>는 1985년 출간됐다. 불과 10년이 조금 넘어가는 시간을 미래로 설정하며 핵 전쟁의 위협과 환경오염 문제, 사회에 만연한 여성차별과 억압의 위험을 SF 장르에 맞게 버무리는 상상력을 선보였다.
이 영화가 드라마나 소설에 비해 국내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 완성도에 있다. 흥미로운 설정과 사령관-케이트-세레나 사이의 심리 스릴러는 인상적이지만, 2시간이라는 런닝타임에 원작이 지닌 사회적 의미와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려다 보니 후반부를 급하게 마무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완성도와 별개로 소수자가 지닌 권력이 사랑과 출산이라는 개인의 영역을 어떻게 침범하고 억압하는지 보여주는 세계관은 현대사회에 곱씹을 문제를 제기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서인씨도 와서 느껴보세요" 110년 역사 구포초의 특별한 3.1절
- "의사처벌법안 '알맹이' 없었다, 국회 후퇴 이해할 수 없어"
- 또다시 BTS 공격한 중국인들이 간과한 중요한 사실
- 안철수 후보님, 제가 '해외 퀴퍼' 좀 다녀봤는데요
- 주식으로 '한 방' 꿈꾸다가 다 망했다, 나도 그랬다
- 인천공항에 갑니다, 그림같은 노을이 여기 있어요
- 24시간 감시에 탈시설 결심...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 오마이뉴스 특별기획 '교제살인' 인권보도상 수상
- "독립운동 아버지는 총 맞아 죽고, 동생 둘은 굶어죽었지"
- 박영선 "국정농단 세력에게 서울 넘겨줄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