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고령 운전자 사고, 치사율 80% 높은데..

조민영 2021. 2. 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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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경찰청 자료 분석 결과
조건부 운전면허제, 고령층 거부감 있어
"개인별 맞춤형 운전조건 부여 바람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비(非)고령자의 사고보다 치사율이 8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들은 그러나 운전면허 제한 방안에 대체로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28일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경찰청 교통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9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3239건으로 2015년보다 4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비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6% 감소했다.

이 같은 차이에는 65세 이상 인구 자체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고령층의 교통사고 증가율은 인구 증가율을 넘어선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준환 수석연구원은 “65세 이상 인구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교통사고 증가율이 훨씬 더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한 것은 교통사고 치사율이다. 이 기간 비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 즉 치사율은 1.7명이었으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치사율은 2.9명으로 약 80% 더 높았다.

고령자와 비고령자 운전면허 소지자 각 100만명당 사망·중상자 수를 비교하면 고령자에서 63%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국도, 지방도, 군도 같은 차로 수가 적고 통행량이 적은 도로에서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중상이 97∼105% 더 많았고, 곡선부 내리막에서도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의 사망·중상자가 114% 더 많았다.

고령 운전자 중에서도 80∼84세가 낸 사고의 사망·중상자가 65∼69세, 70∼74세, 75∼79세, 85∼89세보다 더 많아 가장 ‘위험’한 연령대로 파악됐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의 심각한 인명피해 정도를 고려할 때 해외 각국이 운영하는 ‘조건부 운전면허(Conditional driving license)’ 또는 ‘한정 운전면허(Restricted driver license)’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찰도 지난해 9월 22개 민·학·관 기관이 참여한 ‘고령 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말까지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제한 방안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분 찬성했지만 고령자들은 구체적인 제한 방안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보였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작년 9월 전국 운전면허 소지자 21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4.9%가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필요성에 동의했다.

해외에서 운영 중인 면허 제한 유형 가운데 ▲야간운전 금지(76.9%) ▲고속도로 운전 금지(67.7%) ▲별도 최고 주행속도(시속 60㎞ 등) 적용(68.3%) ▲긴급제동장치 등 첨단 안전장치 장착 차량만 허용(70.6%) 등에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에 ▲도시지역(시내도로)에서만 허용(56.8%) ▲집 반경 일정 거리 이내만 허용(52.5%) ▲동승자 탑승한 경우에만 허용(51.5%) 등에 대해서는 절반 가까이가 반대했다.

그런데 제한적 면허의 직접 당사자인 65세 이상의 응답만 따로 보면 75.7%가 조건부 면허 도입에 찬성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제한 유형에 대해서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7개 제한 유형 중 4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했고, 2개는 긍정 반응이 50%를 간신히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운전 금지 조건에 대해서만 67.4%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조준한 수석연구원은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교통 상황의 인지·판단·대응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안전운전 준수에 큰 결격사유가 없다면 운전면허를 취소하기보다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운전자마다 운전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경찰과 의사 등 의견을 반영해 개인별 맞춤형 운전 조건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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