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서 폭발한 유조차량..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선택

김준모 2021. 2. 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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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더 터널>

[김준모 기자]

 
 <더 터널> 포스터
ⓒ (주)더쿱
  
<더 터널>은 노르웨이를 강타한 재난 4부작 중 세 번째 작품이란 점과 터널 안에서 펼쳐지는 재난을 그린다는 점에서 하정우 주연의 영화 <터널>을 떠올리게 한다. 개봉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 맞붙어 역주행에 성공한 건 물론 7주 동안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머문 <터널>은 예기치 못한 전개가 매력이다. 
이 작품이 특히 흥미로운 건 배경인 노르웨이란 나라가 지닌 특징 때문이다. 노르웨이에 있는 터널 중 1100개에는 비상구 같은 재난을 대비한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건 물론 폭설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의 자연적인 특성에 따른 문제다. 그래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터널에 들어간 순간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운명에 맡기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이후 벌어질 재난 상황을 자연을 향한 인간의 사투로 포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 터널> 스틸컷
ⓒ (주)더쿱
 
작품의 구성은 여느 재난영화와 다르지 않다. 소방관인 주인공 스테인은 아내가 죽은 날과 그 기일에도 현장에 출동할 만큼 일에 열정적이다. 딸 엘리서는 그런 아버지에게 야속함을 느낀다. 이런 가족의 갈등이 드라마를 이루는 재난영화의 스토리는 재난상황을 가족이 겪는 역경으로 표현하고,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화합을 이끌어 낸다. 할리우드 재난영화가 지닌 공식을 그대로 차용한다.

이 뻔함을 이겨내는 건 재난상황의 표현이다. 이 작품의 재난상황은 앞서 설명한 노르웨이란 국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터널 안에서 유조 트럭 두 대가 사고로 멈추면서 다른 차량들 역시 그대로 멈추게 된다. 노르웨이 터널 안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듯 하루 종일 갇혀있을 수 있다며 체념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사건은 유조 트럭 중 한 대가 폭발하면서 발생한다. 터널 안은 아수라장이 되며, 차를 빼던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충돌해 목숨을 잃는다.

안전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이 기나긴 터널에는 비상구가 없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에는 거리도 멀고, 내부가 어두워 길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도착한 구조대는 내부로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터널의 길이가 너무 길어 어디에 사람들이 갇혀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며, 구조가 용이한 위치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구조대의 진입이 힘들다. 터널을 무너뜨리지 않아도 극한의 상황을 연출해낼 수 있는 게 노르웨이 터널이 지닌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더 터널> 스틸컷
ⓒ (주)더쿱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유조 차량이 폭발하며 터널 안이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이다. 카메라는 폭발의 징조가 보이자 도망치려는 사람들과 그들의 몸을 감싸는 불길,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혼란을 느끼는 이들과 다리로 이동하려다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람 등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상황을 긴박감 넘치게 담아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규모에 상황 설정을 선보이며 재난영화의 매력을 보여준다.

다만 신파 요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작품의 주된 플롯인 스테인과 엘리서의 이야기는 관객이 용납할 수 있을 정도의 신파 단계에 머무른다. 문제는 여기에 덧붙인 서브플롯이다. 재난영화들에는 극적인 재미를 높이기 위한 서브플롯이 다수 존재하게 된다. 이 서브플롯이 과할 경우 감동보다는 신파의 향기를 느끼게 된다. 스테인이 터널 안에 갇힌 엘리서를 구하기 위해 그 안으로 무리하게 들어가는 지점까지는 안정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이후 산소마스크도 없는 스테인이 신고센터의 계속되는 부탁에 자매를 구하기 위해 터널 안에 남는 부분은 다소 이질감을 준다.

극적 상황을 연출하는 건 좋지만 주인공을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기 위해 지나친 장치들을 만들어 내 작위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자연을 망가뜨리면서 만든 터널에서 일어나는 재난상황과 구조를 막는 눈의 존재만으로 자연 대 인간의 구조를 잘 잡은 영화의 아쉬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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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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