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정훈 "文정부, 민주화 영웅 소환해 미래 문제 풀려니 안돼"

이슬기 2021. 2. 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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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0.8%지만 주목받는 조정훈, 비결 뭘까
"與 후보는 지켜야 할 대통령 있지만 난 아냐"
조정훈 시대전환 서울시장 후보.ⓒ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사람 이러다 대통령 되는 거 아니야?'


초선 의원으로 당차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냈지만, 지지율은 1%도 안 되는 후보. 그런데도 여야 후보들로부터 한몸에 주목을 받으며 '대통령감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 후보가 있다.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조정훈 의원은 25일 데일리안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례적인 관심을 받는 원동력에 '상상적 확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의 지지율을) 더해봤자 바뀌는 숫자도 없는데, 왜 국민의힘 나경원 예비후보는 나를 '합리적 진보'라고 하고, 민주당은 나를 '중도 진보'라고 하며 같이 할 것이라고 할까"라며 "잠재적 확장성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이후 강력한 '완주' 의지를 보이다가, 더불어민주당 및 열린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 나선 것에 대해선 "선거 출마를 위한 현직의원 사퇴 시한인 3월 8일 이전에 단일화 과정을 마치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완주 의사를 접은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계급장 떼고" 민주당 후보와 맞붙겠다며 "어떻게 될지 한 번 보자"고 했다.


그는 "조정훈이 출마하지 않았다면, 주4일제 논의가 없었을 것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표함된 '제3지대'에 대한 이야기도 지금만큼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강조했다.


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21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신랄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호의가 있다. 다만 정부에 대한 평가는 다른 것"이라며 "과거 민주화 영웅을 소환한다고 미래의 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화 영웅들이 미래 문제를 풀려고 하지만, 적합하지 않은 옷을 입고 연기를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조정훈이 대통령을 꿈꾼다'는 시각에 대해선 "설레발 치고 나갈 생각 없다"면서도 "어쩌면 소환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나를 대리하는 정치인이 없다는 말에 출마 결심"
"조정훈이 출마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 뭘까"

조정훈 시대전환 서울시장 후보.ⓒ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지율 0.8%의 후보다. 당선 가능성만 놓고 보면 주목도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데, 여야 후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상상적 확장성이다. 제가 민주당 후보였다면 지지율이 이랬을까. 그런데도 왜 나경원 후보는 저를 '합리적 진보'라 하고 민주당은 '중도 진보'라 하며 같이 할 것이라고 할까. 시민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보는 것이다. 저는 이게 맞다고 본다. 90년대 말 한국을 떠나 2016년에 돌아왔다. '진보 보수 패러다임'에 익숙하지 않다. 진영을 넘어가면 안 된다고들 하는데, 내겐 그 개념이 없다. 아까도 수원에 가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나고 얘기도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친이재명계 그런 건 아니다. 일을 만드는 과정에서 누구든지 만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말 출마할 생각이 없었다. 정치인이다 보니 식당에 가도 사장님과 농담을 많이 주고 받는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어떻게 보고 있느냐 여쭸더니 '별 기대가 없다'고 하시더라. 정치 효능감이 이렇게 떨어지는구나 그때 느꼈다. 아직도 시민들은 정치에 관심 없다. 왜 그런가 했더니, '나를 대리하는 정치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하신다. 그게 마음이 아팠다. 그때부터 난 뭘 해야 할까 하는 질문이 시작됐다.


제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 뭘까 생각해봤다. 제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일단 주4일제 논의가 없었을 것이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표함된 '제3지대'에 대한 이야기도 지금만큼 없었을 것이다. 정치선거냐, 정책선거냐 하는 고민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일들에 제가 기여한 느낌이다"


-주 4일제 도입, 1인 가구 청약제도, 반려동물 의료보험 제도 등 공약이 화제를 많이 모았다. 꼭 실현하고 싶은 공약 하나만 꼽는다면.


"모두 다다. 제가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고 나올때 이런 서울이 됐으면 좋겠다. 무주택자가 기본소득을 받고, 구청에 있는 반려동물보건소에서내 반려동물이 예방접종을 받고, 출퇴근 길에 재활용함에 쓰레기를 넣고, 그렇게 쌓인 포인트로 음료수를 사 마신다. 1인 가구가 꿈만 꿔 온 청약에 가입하고, 당첨되는 사람이 나오는 그런 서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건 (1년 임기 안에)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은 분야는 역시 부동산 대책이다.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교통공사(SH공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그 돈으로 서울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아파트를 닥치는 대로 살 거다. 그래서 반값 정도 전월세에 6년을 거주할 수 있게 해드릴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1인 가구 부동산 대책이다. 1인 가구는 부양 가족이 없어 주택 청약에 절대 당첨이 안 된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게 대부분의 1인가구도 혹시나 해서 다 청약 통장을 들고 계신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SH공사가 공급하는 주택 청약 기준은 바꾸겠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율대로 30%는 1인 가구만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평생 주택청약 당첨 횟수를 1회 또는 2회로 제한하겠다. 솔직히 청약은 로또다. 모든 국민이 당첨될 때까지 누군가 두 번째 당첨되도록 하면 안 된다."

민주당과 단일화 경선 나선 조정훈 "계급장 떼고 하자"
국민의힘과 단일화 경선하는 안철수와 비교엔 "너무 다르다"

조정훈 시대전환 서울시장 후보.ⓒ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총선 당시로 돌아가 보면, 당시 '더불어시민당 참여 않겠다'더니 참여했고, 이번엔 완주한다더니 민주당과 단일화에 나섰다


"완주할 의지는 있었고, 지금도 완주한다는 생각이다. 저는 절대로 (선거 출마를 위한 현직의원 사퇴 시한인) 3월 8일까지 단일화 경선을 끝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대신 의미있는 경선을 하자고 했다. 다들 이렇게 되면 99%의 확률로 그 사람이 후보가 되고, 나머지는 정리 아니냐고 하는데 한 번 보자."


-'완주 의사를 접었다'고 하면 조정훈 의원 입장에선 억울한 표현인가?


"이순신 장군이 23전 23승을 거뒀다 한다. 지지 않았다. 그 비결이 뭔지 아는가? 도망을 잘 간다. 더 잘하는 것은 '도망가는 척'이다. 그러다가 일본군이 가드를 내리면 바로 가서 물어뜯는다. 이순신 장군의 책을 몇 번이나 읽었다. 손자병법보다 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과 단일화 경선에 나선 안철수 대표에 대해선 "새정치라는 브랜드의 깃발은 내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는 조정훈 의원은 무엇이 다른가.


"너무 많이 다르다. 선거는 구도, 인물, 컨텐츠라는 3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금태섭 전 의원과 안철수 대표는 처음부터 구도로 갔다고 본다. 단일화로 1대 1 구도를 만들어 문재인 정부 심판론으로 가야 한다. 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정책 선거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악물고 정책선거를 했고 그 과정에서 인물을알린 것이다. 그리고 어제(민주당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한 24일)부터 구도 싸움을 시작했다.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갔다고 본다. 구도가 이길지 컨텐츠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겠다."


-단일화 실무협상이 곧 시작된다. 민주당과 단일화는 어떤 방식으로 했으면 하나?


"(오디션 프로그램인) '싱어게인'처럼 했으면 좋겠다. 민주당, 열린민주당 등 계급장 떼고 정책과 비전을 있는 그대로 판단해보자는 거다. 국민의힘 경선이 왜 흥행 안될까. 거듭 강조하지만 정책이라는 이름 하에 구도 선거를 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구도 선거에 지쳤다. 제가 가세한다고 구도선거에 도움되는 것은 없다. 제가 이길 수 있는 길은 이번 선거를 정책경연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계급장을 뗀다'는 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 민주당 후보와 경쟁에서 강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있는 것을 그대로 보는 게 장점이다. 민주당 후보는 지켜야 할 정부와 대통령이 있다. 저는 시민만 바라보고 선거를 할 것이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할 것이다. '박원순 계승' 이런 표현 안 할거다. 이번 보궐선거가 열린 이유, 이런 것을 명백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애기할 거다. 따끔하게 들려도 할 수 없다."

박원순 전 시장·문재인 정부엔 냉정한 평가
"文정부의 민주화 영웅들, 적합하지 않은 옷 입고 연기하는 느낌"

조정훈 시대전환 서울시장 후보.ⓒ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있는 그대로. (시장직을) 9년을 해오셨잖아. 9년을 생각과 철학으로 서울시를 운영했다. 다만 그것을 계승하는 게 시대정신이냐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진보 진영에선 박 전 시장에 의한 피해자가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나오면 안 된다. 그런 일 겪으면 성추행 사건이라는 데 해석의 여지가 없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피해자가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럴 때는 유죄추정으로 조사해야 한다. 가해자가 억울해도 할 수 없다. 선배들이 가지고 있던 남녀간 인식 차이가 바뀐 것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호의가 있다. 저를 정치로 이끌어주시기도 했고. 다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다른 것이다. 이렇게 평가하면 어떨까. 과거 영웅을 소환한다고 미래 문제를 풀지 못한다. 이 정부엔 많은 민주화 영웅들이 있다. 그 분들이 미래 문제를 풀려고 하는데, 적합하지 않은 옷을 입고 연기하는 느낌이다.


(제 공약인) 주4일제가 환상이라고 얘기해서 따끔하게 말했다. 눈이 과거에 가 있기 때문이라고. 조금 일반화시키면 아직도 집단화 시대에 산다. 수와 힘, 그런 것들 말이다. 지금은 개인의 시대다. 제가 출마하며 '당신특별시'라고 하니 민주당 선배들이 '우리특별시지' 그런다. 그게 한계다. 개인을 강조하면 이기적이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은 없다. 조직도 개인을 돕기 위해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수와 힘으로 이뤄서 그런지, 아직도 그 원리를 믿는다. 아마존이나 구글, 그런 것들이 개인의 창의와 혁신을 통해 나오는데, 그런 정신으로 왜 구글이 안나오냐고 한다. 당연히 안 나온다. 이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정훈 의원이 시선이 '대권'에 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선의 꿈 꾸시나.


"나가라는 의원들이 있긴 하죠. 저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좋아하는데, 한마디로 인생 정리할 때 두 가지를 가르쳐줬다. 첫째,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허둥대는 것처럼 꼴불견이 없다는 것. 빨리 뭐가 되려고 하지 마라. 둘째, 뭐가 되려고 하지 말고 뭘 할지를 고민해라고 했다.


'낭중지추(주머니속의 송곳)'라는 표현이 있다. 저는 그걸 살짝 경험한다. 어쩌면 소환, 소구될 수도 있다. 다만 설레발 치고 나갈 생각도 없다. 국가운영은 생각을 넘어서 운영에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다. 저는 아직 그만큼 사람이 없다. 되고 나서 실패하고 싶지 않다. 안하는 게 낫다. "

데일리안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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