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벼라, 코로나 트래시" 일회용품 쓰레기와 맞짱뜨는 이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마스크, 1회용품 배달 용기 등 일회용품이 우리 일상에서 뗄 수 없는 물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일상에 스며든 결과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로 이어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11.2%, 플라스틱 페기물 발생량은 13.7% 증가했다. 마스크와 비닐장갑과 같은 위생을 위한 일회용품과 함께 음식 배달과 택배 등이 늘어난 여파다. 지난해 택배 증가율은 20.2%였고, 음식배달은 2018년 대비 76.8% 급증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일까. 넘쳐나는 쓰레기 문제에 직접 행동하려는 시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민 개개인이 주체로 나서 보여주는 다양한 행동과 노력은 SNS 등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여지며 번지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 ‘리사이클링’ ‘플로깅’ 등 쓰레기 감축에 직접 나서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채널 ‘용기낸 대학생1’은 지난해 9월 일주일간 사용한 쓰레기를 모으는 ‘플라스틱 다이어트 일기’ 영상을 올리며 시작됐다.
이후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할 때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용기낸 식당’, 식자재 구매부터 요리 완성까지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로웨이스트 키친’ 등의 영상을 통해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
소영씨가 ‘용기를 낸’ 계기는 지난해 가을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이 처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기사였다. 평소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아 카페갈 때 텀블러 사용하기, 에어컨 안 쓰기 등을 실천하던 소영씨는 이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더 적극적으로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용기내 챌린지’ 시작으로 이어졌다. 소영씨는 “주변 지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용기낸’이라는 채널 이름에서 예상되듯 소영씨의 챌린지는 종종 부정적인 반응에 부딪친다. 다회용기 포장을 흔쾌히 허락하는 상인들도 있지만 “굳이 왜 그래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은 것이다. 소영씨는 그러나 “부정적인 분들이 있다는 점이 ‘용기내 챌린지’를 계속 실천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함께하는 환경 보호’를 위해 이런 실천의 경험과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때문이다.
소영씨는 “상인분들은 다회용기 포장이 낯설고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꾸준히 해 나간다면 ‘이렇게 하는 소비자도 있구나’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면서 “내가 먼저 실천하면 다른 분들이 용기를 들고 왔을 때 흔쾌히 포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영씨는 기업들과 개별 상점 단위의 노력도 호소했다. “예를 들어 대형 마트의 경우 불필요한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도 소비자들의 실천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식이다. 더욱이 공장에서 이미 이중 포장돼 나온 음식들과 식자재와 물품 등은 개개인의 노력으로 줄이기 힘든 쓰레기들이다. 소영씨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기업이 바뀌지 않는다면 실천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면서 “환경 보호를 위해 기업과 상점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인들에게 환경 보호 방안을 공유하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는 현재 60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로 성장했다. “영상을 보다가 어제 처음으로 용기에 포장을 해왔어요” “영상보고 용기 내본 소비자입니다. 너무 뿌듯합니다” 소영씨가 바랬던 것처럼 ‘용기낸 대학생1’ 유튜브 채널에는 변화를 경험한 구독자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소영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용기 낸 경험’을 공유하는 해시태그 프로젝트(#용기낸 대학생1, 용기낸 소비자1)도 진행 중이다. 소영씨 해시태그 챌린지의 참여자와 구독자의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라고 한다. 지난해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몸소 겪고 미래를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소영씨는 아직 용기 내 보지 않은 이들을 향해 ‘딱 한번의 경험’을 권했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뿌듯함을 한번 느껴보는 경험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떡볶이나 냉면처럼 용기 하나에 포장이 가능한 음식들부터 도전해보라는 조언도 전했다.
“딱 한 번 용기 내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그 다음은 앞으로 계속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번만 해보세요!”
한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환경과 기후, 개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하다 기존 플로깅에서 한발 더 나간 ‘데이터 플로깅’을 기획했다. 데이터 플로깅은 ‘환경과 데이터를 함께 줍다’라는 의미로, 플로깅을 하면서 스스로 수거한 쓰레기의 수거 위치, 종류, 시간 등의 정보를 웹앱을 통해 기록하고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데이터화를 접목한 첫 이유는 ‘봉사자가 봉사의 기록을 간직할 수 있게 하자’는 차원이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좋은 마음을 세상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봉사와 환경보호의 마음을 양으로 치환해 봉사자들에게 봉사의 경험을 기록으로 되돌려 주는 수단으로 데이터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봉사의 기록’은 우리 주변의 쓰레기가 어디서 얼마나 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가 됐다. 2020년부터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1만4000여개 환경 활동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 총 9가지 분리배출 품목별로 나눠 일시, 장소 등이 기록된다.
실제 웹에서는 쓰레기를 많이 주운 순으로 랭킹화돼 참여자들이 ‘재미’도 느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한 대표는 “쓰레기 줍기를 봉사, 환경보호, 사회 문제 등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대신 상위 등급에 도달하려고 미션을 클리어하는 식의 게임처럼 받아들이는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타서울’은 담배꽁초 관련 데이터와 재활용 방안을 서울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크기가 작은 데다 무단 투기가 곳곳에서 이뤄지는 담배꽁초는 현재까지 수집된 쓰레기 데이터 중 가장 고질적이고 골칫덩어리로 확인됐다.
대부분 담배의 필터 부분은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담배꽁초가 비나 바람을 통해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면 거름장치 없이 강으로 유입된 후 결국 바다까지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는 미세플라스틱이 돼 다시 우리 몸속으로 돌아온다는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한 대표는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선한 방향의 캠페인, 수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특히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깨끗하고 올바른 지속가능한 사회”라면서 “개인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시작은 어렵지만 한번 몸을 낮춰서 쓰레기를 주워보면 내 주변이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난초 원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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