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강아지공장서..이젠 행복하고 싶어요 [개st하우스]

이성훈 2021. 2. 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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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견으로 살다 버려진 7살 포메라니안 심금이 사연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출연한 견공 중에 제일 가볍답니다" 지난 1월 구조된 3kg 포메라니안 심금이. 제보자 제공

유기견의 몸에는 지나온 세월이 담겨 있습니다. 동물은 말할 수 없기에 다만 인간이 그 몸에 새겨진 기록을 더듬어 과거를 짐작할 뿐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작은 포메라니안의 발바닥에는 다치고 낫기를 반복해 검은 굳은살이 박였습니다. 발등에는 심한 피부병의 흔적이 남아있죠. 지금은 극복했지만 배고프면 자신의 변을 먹는 식분증에도 시달렸지요.

수의사는 이를 불법 강아지공장에서 학대 당한 번식견이 겪는 트라우마라며 안타까워했는데요. 딱한 발바닥의 주인공, 7살 심금이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불법 강아지공장의 번식견들은 바닥이 뚫린 철창을 딛고 평생을 살아간다. 발바닥에 피부병, 흉터를 달고 산다. 제보자 제공
안락사 앞둔 포메라니안과 제보자의 만남

지난 1월, 서울 송파구의 김예림(28)씨는 경기도 평택보호소의 유기동물 명단을 살펴보고 있었어요. 예림씨의 반려견 심쿵이도 4년 전 보호소에서 입양했었죠. 보호소에 들어온 지 15일을 넘기면 언제든 안락사를 당하는 동물의 처지가 딱했던 그녀는 올해만큼은 유기견, 특히 입양 가기 힘든 믹스견을 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보자의 반려견 심쿵이도 4년 전 보호소에서 안락사 순번을 기다리는 유기견이었다. 포메라니안 특유의 풍성한 털은 보호자의 1년여 돌봄 덕분에 회복했다. 포인핸드


그녀의 시선이 문득 한 마리 믹스견에게 멈췄어요.

지난 1월 중순, 평택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한 유기견 포메라니안 모습. 포인핸드


흰 눈동자가 보일 만큼 겁에 질린 체중 3kg의 작은 포메라니안 믹스견이었죠. 그 모습이 4년 전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던 반려견과 똑 닮아서 예림씨는 무언가 애틋한 감정을 느꼈어요.

며칠 뒤 제보자는 보호소를 찾아가 직접 믹스견을 만났습니다. 녀석은 병아리처럼 파닥거리며 철창 안에서 예림씨를 반겨주었죠. 자신이 안락사 명단에 올라온 처지도 모르고 천진난만한 녀석.

제보자가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심금이 모습. 제보자 제공


하지만 녀석의 상태는 심각했어요. 피부병을 앓는지 발바닥 털은 숭숭 빠져있었고 온몸에는 배설물이 묻어 악취가 제보자의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죠.

곁에 있던 보호소 직원은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라고 한마디 툭 던지고 제보자의 선택을 기다렸답니다. 제보자는 오들오들 품에 파고드는 녀석을 거부할 수 없었고요.

“심금을 울리는 애절한 눈빛. 그래 너의 이름은 심금이란다.”

유기동물들은 구조된 날을 생일로 삼는 경우가 많아요. 그날은 1월 18일, 심금이가 제보자의 품에 안긴 그날은 심금이의 새로운 생일이 되었습니다.

새카맣게 굳은 발바닥…“이 녀석, 불법 강아지공장서 왔군요”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동물병원이었습니다. 심금이는 피부병, 치석이 가득한 이빨까지 돌볼 곳투성이었거든요. 수의사는 특히 심금이의 거친 발바닥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말을 꺼냈죠.

“발가락이 검게 퉁퉁 부어있죠? 배설물이 아래로 떨어지게 설계된 철장 위에 오들오들 서 있느라 굳은살이 박인 거예요. 이런 환자들이 종종 들어오거든요. 불법 강아지공장에서 온 번식견이 분명합니다.”

오랜 뜬장 생활로 발에 흉터가 가득한 심금이. 임시보호 기간 동안 꾸준히 치료받아 현재는 안정을 되찾았다.


이런 딱한 사연이 있었다니…. 평택시는 불법 강아지공장의 온상으로 알려졌어요. 평생을 강아지 낳는 기계처럼 살다 버려진 번식견들이 병원과 보호소에 종종 들어옵니다. 번식견들은 몸도 허약한 데다 항상 굶주려서 자기 똥을 먹는 버릇을 안고 있어요. 치료와 행동교정에 큰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죠.

예림씨는모든 걸 각오하고 있었다. 식분증이든 배변 교육이든 제가 노력하면 된다”면서 “그저 검진 결과 금이가 건강하기만을 바랐다”라고 하네요.


와, 보기만 해도 시원한 금이의 스케일링 장면이에요. 평생 금이를 괴롭혔던 치석이 말끔하게 벗겨졌지요. 배변과 콧물로 받은 전염병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어요. 진료가 무서워서 발을 동동 구르던 금이는 다행히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어요.

사람으로 치면 40대 아저씨, 7살 심금이는 걸음마부터 다시 배웠어요. 발을 잘못 디디면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뜬장에서 지냈기 때문이죠. 심금이는 부드러운 흙바닥도 살얼음판 밟듯 조심조심 걸었어요. 예림씨가 앞장서면 아장아장 따라오는 식이었죠. 그렇게 심금이는 한 걸음씩 바깥세상으로 내디뎠죠.

이동장에 담겨 차량에 탑승한 심금이. 차멀미가 없어 돌보기 편한 견공이다. 제보자 제공


이렇게 기본 관리를 마친 금이는 1월 25일부터 서울 구로구의 가정집에서 임시보호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포메라니안, 심금이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사랑해서 떠나보낸다는 말. 그건 임시보호를 두고 하는 말일 거예요. 금이는 이제 임시보호를 마치고 평생 가족을 찾을 준비를 마쳤답니다.


지난 21일 취재진과 만난 심금이. 성격이 차분하고 낯선 사람과도 잘 교감한다.


지난 21일, 취재진과 만난 금이는 우아한 포메라니안으로 탈바꿈해 있었어요. 산책하다 만나는 동물들과 사이좋게 교감하고, 경계심과 식탐이 없어 초보 견주·공동주택 주민에게도 적합한 성격이랍니다.

포메라니안의 원숭이 시기를 아시나요? 털이 푸석푸석하고 보잘것없는 어린 포메라니안들이 겪는 털갈이를 가리키는데요. 이때 보호자가 정성껏 돌보면 우리가 아는 푹신하고 부드러운 포메라니안으로 거듭나지요. 번식견 출신인 금이는 7살의 나이에도 원숭이 시기를 지나지 못했어요. 이번에 입양하는 분은 6개월 안에 금이의 대변신을 볼 수 있을 거예요.

포메라니안은 몇 차례 털갈이를 겪고 나서 특유의 풍성한 털을 갖는다. 구조된 지 1달이 갓 지난 심금이(왼쪽)도 지금은 푸석하지만 몇 개월 안에 입양 4년차 심쿵이(오른쪽)처럼 풍성한 털을 갖게 된다.


"이젠 사랑받고 싶어요" 구조된 번식견 심금이.


번식장에서의 7년을 뒤로하고 이제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심금이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심금이의 입양을 희망하는 분들의 많은 연락 기다립니다.

*눈빛이 아련한 포메라니안, 심금이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체중 3.4kg. 중성화 수컷
-7살 추정. 적응할 때까지 마킹 훈련 필요
-슬개골 2기. 바닥이 미끄러울 경우 관리 필요

*심금이의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링크의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 https://linktr.ee/elly5510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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