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티 테이블] 여든이 되기 전에

2021. 2. 2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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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후회하면서 산다.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하는 것 역시 후회와 염려로 시간을 보낸 것이라고 한다. ‘여든이 되기 전에’란 칼럼 제목을 보고 ‘내겐 너무 먼 얘기’ 또는 ‘난 이미 늦었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순간이 내 인생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시간이며, 이 순간이 지난 후에도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생애 지도가 변하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60년대 52세였으나 지금은 80세가 넘었다. 100세 장수 시대를 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이다. 나이 듦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젊었을 때 더 절약하고 더 저축하지 않은 것과 건강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그러나 노후대책이란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30년간 인간학을 연구해온 미국 코넬대 칼 필레머 교수에 따르면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려면 경제적 보상이 아닌 심적 보상을 주는 직업을 선택해야 하며,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 흡연, 나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은 만성 질병을 짊어지게 한다는 것을 유념하고 100년을 살 것처럼 자신의 몸을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시간의 유한성을 느끼며 살아야 하며, 다른 것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도 여행을 많이 다니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칼 필레머 교수가 70세 이상의 노인 1000명을 인터뷰해 알게 된 삶의 지혜이다. 일, 가정, 건강, 여행, 시간을 대하는 태도 등이 인간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나이 듦’이란 연속적인 상실의 통과의례이다. 얼마 전까지 거뜬히 즐길 수 있었던 운동들이 갑자기 힘들어질 수도 있고, 혼자 힘으로 요리하는 일이 버거울 수도 있다. 또 배우자가 곁에 없을 수도 있고, 손가락의 움직임이 둔해져 옷의 단추를 끼우는 데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특별한 사건 없는 하루하루가 무료하게 느껴지고 친구들이 하나둘 줄어들기도 한다. 이런 일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면 먼저 고독에 강해져야 한다. 인생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란 것을 인식하고 하나둘 내려놓고 혼자 즐길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또 불필요한 염려는 하지 않는 편이 지혜롭다. 내면에 쌓인 불필요한 근심 걱정 염려를 비워내면 평안을 누릴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느라 하나님을 섬기는 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삶이 단순하면 영적인 생활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부부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노후에 홀로된 대부분의 어르신은 배우자가 살아 있을 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걸 후회한다. 행복한 부부의 경쟁력은 말할 수 없이 크다. 화목한 부부는 정서적 안정감과 심리적 행복감을 누리기 때문에 건강하고 장수한다. ‘최고의 재테크는 부부관계 개선’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두 사람만 남겨지는 시간에 대비해 부부관계를 점검해야 한다.

평생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80대 이상의 노인들도 컴퓨터를 배우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배우려는 열정이 있다면 인생 2모작, 3모작도 가능하다. 평생 할 취미를 만들어야 한다. 등산, 산책, 독서, 노래 부르기, 악기연주, 원예 등과 같이 큰돈이 필요 없는 것들도 많다.

평소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은퇴 후 인생이 허무하고 덧없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평생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젊어서부터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요구된다. 소설가 최인호씨가 생전에 한 교회 특강에서 성도들에게 ‘자신만의 복음서’를 쓰자고 했었다. 마태가 마태복음을, 요한이 요한복음을 쓴 것처럼 우리 자신의 복음서를 쓰자는 것이다. 우리가 만난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는 어쩌면 복음서 못지않은 기록이 될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노년기의 발달과업으로 타인과의 화해를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마음이 아팠던 일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과 화해를 청하라고 권면한다. 살아오면서 마음속에 쌓인 부정적인 감정들과 화해하고 용서해야 통합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외면했던 것들에 대해 악수를 청한다면 삶은 평안과 성장을 선물해 줄 것이다.

이지현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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