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 군사훈련 때마다 신경질 반응·맞도발 왜?

손재호 2021. 2. 2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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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일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 앞두고 전세계 이목 집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중단을 촉구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다음 달 실시된다. 북한은 연합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3월과 8월 전후로 위협 성명을 발표하거나 단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무력시위를 벌이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미군의 대규모 첨단 전력이 전개된다는 두려움, 대응훈련으로 소모전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한·미동맹 와해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다음 달 8일부터 연합지휘소훈련(CCTP)을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구체적인 일정과 훈련 수준,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연합지휘소훈련은 병력과 장비를 가동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워게임이다. 한·미 군 당국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2018년 이후 실제 병력과 장비를 대규모로 동원하는 기동훈련(FTX)을 하지 않고 있다.

한·미는 1954년부터 ‘포커스 렌즈’ ‘포커스 레티나’ ‘프리덤 볼트’ ‘팀스피릿’ ‘키리졸브’ 등의 이름으로 연합 군사훈련을 진행해 왔다. 북한군의 남침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 목적의 훈련이라는 게 한·미 군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 최고지도부는 연합 군사훈련을 ‘북침용 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팀스피릿훈련 재개 소식을 들은 김일성 주석이 크게 화를 내며 “다 때려치워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엔 미국의 최첨단 전력 전개에 따른 두려움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른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를 비롯해 핵잠수함과 여러 척의 구축함을 거느린 항공모함 전단 등 막강한 공격력을 가진 전력의 한반도에 집결 자체가 북한에 부담이라는 것이다.

미 공군 3대 전폭기로 분류되는 B-1B는 최대 61t의 폭탄을 탑재한 상태에서 최대 속도 마하 1.2로 5544㎞를 비행해 지상과 지하의 표적을 때릴 수 있다. 영변 핵시설은 물론 지하벙커까지 관통해 타격이 가능한 셈이다. 웬만한 국가의 해·공군력과 맞먹는 전력을 가진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연합 군사훈련 기간 내내 동해상에 떠 있는 것도 북한으로선 위협적이다.

1990년대에는 연합 군사훈련이 실시될 때마다 북한이 준전시 상태에 돌입했다. 1993년 3월 우리 군 7만명, 미군 5만명이 동원된 팀스피릿훈련이 시작되자 김정일 당시 북한군 최고사령관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전군에 실탄 지급 및 병사들의 휴가를 취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26일 “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주민들도 등화관제훈련(적의 공습을 대비해 야간에 등불을 끄는 것)이나 대피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연합 군사훈련에 맞춰 대응훈련을 해야 하는 현실도 달갑지 않다. 한·미 전력에 맞대응하기 위해 전투기와 군함을 출격시키는 과정에서 막대한 물자와 인원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고강도 대북 제재로 휘발유 등 정유제품 수입이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된 상황에서 기름이 소비되고, 작전 수행으로 농업·건설 현장에 군인들을 투입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남남 갈등을 조장하고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을 약화·와해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 군사훈련을 북침으로 확대 주장, 남한 내 여론을 분열시키고 한·미 간 이간질을 꾀하는 전략이란 얘기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한·미가 과거처럼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데도 비난을 이어가는 것은 한·미를 이간질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남북 관계 개선의 선결조건으로 내걸면서 연합 군사훈련 시행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 집무실에서 연합 군사훈련 진행에 따른 대응 여부와 수위를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공언한 사실을 거론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집권 이래 북한은 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하는 내용의 담화문과 성명 등을 100차례 넘게 발표했다.

연합 군사훈련에 맞춰 무력도발을 감행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연합 군사훈련 관련 북한의 무력시위 수위는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북한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합 군사훈련이 열리는 3월과 8월 앞뒤로 40여회에 걸쳐 장거리 혹은 단거리 미사일 등을 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CBM 발사 등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추가 제재에 대한 명분을 줄 수도 있다”며 “단거리 미사일을 쏘거나 해안포 사격을 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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