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도 노조임원?..ILO 핵심협약 3건, 국회 문턱 넘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3개의 비준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실제 협약이 발효되면 노동조합 단결권이 세진다. 근로자 권리도 일부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대체복무 등 국내 제도와 충돌도 예상된다. 경영계는 경영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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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도 공약…경영계 반대에도 비준 동의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ILO 핵심협약 3건의 비준동의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ILO에 비준서를 건네면 1년 뒤부터 협약 효력이 발효된다.
ILO는 1919년 설립 이후 190개의 협약을 채택했다. 그중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과 관련한 8개 협약을 핵심협약(Fundamental Conventions)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 중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국제사회로부터 압력을 받아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핵심협약 발효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에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은 협약은 비준하지 않은 4개 중 ▶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3개다.
고용노동부는 “핵심협약 비준으로 대외적 측면에서 국제사회와의 약속 이행을 통해 국격 및 국가 신인도 제고에 기여하게 됐다”며 “노동 조항이 담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등과의 분쟁 소지를 줄여 통상 리스크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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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도 노조 간부, 대체복무 없어질 수도
하지만 이번 국회 비준을 받은 협약 내용 일부가 국내 법·제도와 충돌할 수 있어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 일부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87호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따라 해고자나 실업자도 기업별 노조 간부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국제 기준에 맞추겠다며 최근에 개정한 노조3법에서조차 기업별 노조에는 종사자가 아니면 노조 임원이 될 수 없게 막아 놨다. 자율적 노사관계가 외부의 힘이나 압력에 의해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협약 비준으로 이 조항도 변경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법상 행정기관 노조 설립 신청 반려도 ILO의 결사 자유를 위반할 소지가 크다. 노조 활동을 사용자 사업운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로 한정한 것도 협약 위반이다.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다. 종사자가 아닌 자의 사업장 출입제한도 마찬가지다.
대체복무도 없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강제노동금지 협약(29호)에 따르면 징병에 따른 의무복무는 군으로 사실상 국한한다. 대체복무는 군 복무라는 이름으로 노동력을 값싸게 활용하는 행위다. 이로 인해 다른 나라 제품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만들어, 국제 무역상 강제노동에 의한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ILO 입장이다.
실제 ILO는 터키와 이집트가 필요 인원을 초과한 징집병을 공기업이나 사기업에 배치하자 협약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2007년 8월 우리나라 질의에도 같은 답을 회신했다. 2009년과 2012년 ILO 이사회에서 물었을 때도 "군사적 목적과 관련 없는 것은 병역의무로 볼 수 없다"고 회신했다.
고용노동부는 일단 현행 국내법으로도 ILO 협약 내용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 종사자가 아닌 사람을 노조 간부로 앉히고 싶다면, 기업별 노조가 아니라 산별 노조를 선택하면 되도록 이미 선택권을 부여해 놨다”면서 “ILO가 협약이행을 할 때 국가별 특성과 상황도 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ILO 협약 위반 판단은 ILO와 회원국이 한다. 우리 정부가 “괜찮다, 아니다”고 주장해봐도 소용이 없다는 게 학계와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ILO가 우리 국내법이 협약과 충돌한다고 판단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사법적인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며 “아직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ILO 핵심협약이 발효될 경우, 노조 단결권이 크게 강화돼 노사관계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조속한 시일에 사용자의 대항권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개선해 노사관계가 균형화・합리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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