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교회가 생명과 신앙의 본질 되찾는 3·1절을.. NCCK 성명

우성규 2021. 2. 2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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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정 NCCK 총무. 사진=국민일보DB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6일 이홍정 총무 명의의 3·1운동 성명 ‘구각을 벗고 복음의 생명력을 되찾자’를 발표했다.

NCCK는 다음 달 1일 3·1운동 102주년을 맞이하며 “한국교회가 무엇보다 먼저 생명과 신앙의 본질을 성찰하는 일에 함께 마음을 모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3·1운동 당시 보여준 민족 공동체의 생명을 구하는 교회, 남녀노소 양반·천민의 차별이 없던 교회,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교회, 비폭력 생명존중 정신을 간직한 교회의 모습을 되찾자고 호소했다.

다음은 NCCK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

구각을 벗고 복음의 생명력을 되찾자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맞이하는 3.1운동 102주년의 시공 속에는, 생명의 하나님, 역사의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전하는 특별한 초대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가 가져온 혼돈과 무질서, 상실의 고통 속에서, 인간을 향한 하늘과 땅, 그 사이 바람의 소리를 함께 듣습니다. 탐욕의 질주를 멈추라는 성부 하나님의 하늘의 소리, 생명의 빛 아래 성찰하라는 성자 하나님의 땅의 소리, 생명의 좁은 길로 돌이키라는 성령 하나님의 바람의 소리를 듣습니다. 이 소리는 생명의 망이 지닌 상호의존성에 대한 깊은 자각을 가지고, 전 인류적 차원의 생태적 회심과 생명중심의 문명사적 전환을 이루라는 종말론적 경고요 초대입니다. 생명과 신앙의 본질에 마음을 모으고, 위기를 상생을 위한 변혁의 기회로 전환하므로, 혼돈의 가면 뒤에 숨어 있는 상생의 얼굴을 다시 빛나게 하자는 초대입니다.
한반도의 근대를 설계한 3.1운동의 정신이 배태한 20세기 한반도의 역사는, 한반도를 지배한 식민주의 제국과 냉전식민주의에 저항하며, 식민과 분단의 모순을 극복하고 자주와 독립, 민주와 평화를 이루기 위한 주권재민의 혁명의 역사요, 이것이 민족공동체를 지탱해온 역사의 힘입니다.
일제의 억압과 만행에도 불구하고 3.1 운동은 민주주의와 평화와 비폭력의 정신이 빛난 독립운동이었습니다. 총칼로 억압하며 지배한 일본제국에 대항하며, 민족마다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것이 정당한 권리이므로 마땅히 독립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른 평화적 저항운동이었습니다. 일본은 대동아평화론을 내세우며 강압적으로 조선의 식민화를 획책하였지만, 이에 대항한 3.1운동은 세계를 향해 조선의 자주와 독립 없이는 동양평화도 세계평화도 없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공약삼장을 통해 일제에 저항하는 식민지 조선의 민(民)이 지닌, 시대를 선도하는 고귀한 평화적 가치를 증언하였습니다. 당대 식민지 조선의 민(民)은 “지금의 잘못”을 바로잡고, “우리 자신을 바르게” 세우기 위하여, “양심이 시키는 대로 우리의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하였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3.1운동을 통해 정의와 평화로 건설되는 하나님의 나라의 생수로, 당 시대에 자주와 독립, 민주와 평화를 위한 역사적 해방의 세례를 베푸신 것입니다. 오늘 한국교회는 복음의 정신과 3.1운동의 정신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나라의 보편적 가치를 온전히 결합시키고, 이를 오늘 우리의 시대 상황 속에서 실천하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기복적 가치를 추구하며 수와 물질을 힘의 바탕으로 성장해온 한국교회는, 당시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한 각성된 신앙인들로 3.1운동을 이끌었던 한국교회의 역사적 진정성과 헌신성을 되찾아야 합니다. 민족공동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모이는 교회의 예배 대신에 흩어지는 교회의 순교적 증언의 길을 택했던 3.1운동 교회의 역사 고백의 신앙을 되찾아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과 배제를 교리화하고, 내면적으로 서열화하고 직제화한 한국교회는, 남녀와 노소, 양반과 천민의 차별 없이 생명을 가진 모든 사람의 사회적 존재가, 하나님 앞에서 조건 없이 평등을 누리도록 실천한 3.1운동 교회의 민주와 해방의 신앙을 되찾아야 합니다. 이윤추구를 위해 생명마저도 상품화하고 도구화하는 반 생명적인 기업의 행태로 인해, 생명안전의 사각지대로 몰린 채 해고와 노동착취로 고통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할 수 있도록, 노동과 사랑을 결합한 생활신앙을 되찾아야 합니다.
분단체제 하에서 반공친미 냉전논리를 신앙화하고 신학화한 채 기득권을 누려온 한국교회 주류는, 일제식민 치하에서 자주와 독립, 민주와 평화를 신앙으로 고백하며, 종교와 이념, 성별과 계층의 경계를 넘어 일심동체가 되었던, 3.1운동 교회의 탈냉전적 탈식민주의적 평화신앙을 회복해야 합니다. 미완의 해방 76년에 맞은 3.1운동 102주년은, 역사 부활의 정신으로 분단과 냉전을 극복하라는 하나님의 평화명령을 그 안에 새기고 있습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 평화는 평화적 수단을 통해서만 건설될 수 있습니다. 71년을 이어오는 한국전쟁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한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이야 말로, 3.1운동의 자주와 독립, 민주와 평화의 희망을 실현하고 온전한 해방을 이루는 일입니다.
인간중심의 반생태적 신학을 기반으로 인간문명을 위하여 자연을 대상화한 세계기독교 주류에 편승해온 한국교회는, 만물의 평화와 풍성함을 그 정신 속에 담아내었던 3.1운동 교회의 생명신앙을 되찾아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지구생명공동체의 공멸을 가져올 기후위기를 초래한, 과잉생산, 과잉소비, 과잉폐기의 악순환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들의 행태를 철저히 회개하고, 인간생명의 모판이요 생명의 망의 근간인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인간생태계와 불가분리의 존재로 끌어안고 내 몸처럼 사랑해야 합니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상황 속에서 3.1운동 102주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한국교회가 무엇보다 먼저 생명과 신앙의 본질을 성찰하는 일에 함께 마음을 모으기 바랍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의 빛 아래, 박제화되고 교권화된 교리와 직제의 구각을 벗어 버리고, 복음의 가치와 시대 정신에 나타난 역사의 하나님의 뜻을 융합할 수 있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생명신앙과 역사신앙의 생명력과,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교회의 선교적 존재가치를 되찾기 위한 복음의 경주에 한마음이 되어 정진합시다.
2021년 3월 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 홍 정 목사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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