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유행때 백신 구매시 과실 없으면 공무원 책임 묻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이 감염병이 대유행할 때 개발 단계인 백신 등을 구매하기 위해 계약을 처리하는 공무원에게 업무 처리 결과와 관련해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2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 개정은 코로나19방역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고 감염병 관리 및 예방접종 수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중심으로 심의했다.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놓고 정치권에서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많은 방역 전문가는 “공무원에게 면책권을 줘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긴급 좌담회에서 김윤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대통령이 나서 ‘내가 책임진다. 전권을 줄 테니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라’고 해야 한다”며 “나중에 감사원 감사 같은 걸 받지 않도록 행정적 책임의 면책권을 주자”고 강조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법 개정 사안은 현장의 지적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먼저 감염병 대유행 시 기존 백신이나 의약품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 개발 단계인 백신 등을 구매 및 공급하는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고 이 과정에서 공무원이 계약 및 계약이행 관련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한 결과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묻지 않도록 했다.
방역 수칙 관련 처벌 근거도 마련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염병 예방·방역 조치를 위반해 감염병을 확산하거나 확산 위험성을 증대한 자에게 이로 인해 지출된 비용(입원치료비, 격리비 등) 관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고, 만약 조직적·계획적으로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입원·격리 등의 조치를 위반해 타인에게 감염병을 전파한다면 가중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방역지침을 위반한 장소나 시설을 운영 중단·폐쇄하는 명령 권한은 현행 시장·군수·구청장에서 시·도지사까지 확대한다. 앞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폐쇄 명령을 불이행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대신 폐쇄 명령 전 행정기관이 행정처분 등을 행하기 위해 의견을 듣고 사실을 조사하는 ‘청문’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폐쇄 필요성이 없어질 경우 명령을 중단할 절차도 갖췄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없도록 하거나 예방접종을 받은 경우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감염병관리기본계획에 정보통신기술 등을 활용한 감염병 정보의 관리 방안을 포함하고,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에 감염 취약계층 보호조치 방안을 넣었다. 감염병 위기 시 감염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의 소독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는 규정 등도 마련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법 개정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방역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 백신 접종 시 접종 계획에 따라 안정적 접종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며 “방역 및 예방조치에 필요한 현장의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해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원활한 백신 접종으로 조속히 국민이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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