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지원에 적어도 1조 8000억원"..제주 4·3 특별법 전면 개정

최충일 2021. 2. 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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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제정 이후 21년 만에 전면 개정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제주 4 ·3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되고 있다. 뉴스1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4·3 특별법)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부개정은 4·3특별법이 제정·공포된 2000년 1월 이후 21년 만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4·3 특별법’을 재석 의원 229인 중 찬성 199표, 반대 5표, 기권 25표 결과로 의결했다.


희생자 유족에 대한 배보상 명문화

2019년 제주 4·3 추념식 참석자들이 위패를 확인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번 개정안은 4·3 당시 국가 폭력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의 길이 실체화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변화다. 특히 개정안 제18조(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등)에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하여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 마련을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정부(행정안전부)가 보상이나 위자료 지급 방안, 재정 지원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위자료 지급 등의 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연구용역이 끝나면 추가 법 개정이나 별도 입법을 통해 구체적인 위자료 지급 방안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주화운동 보상 3법 등 입법사례’, ‘한국전쟁 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배·보상 관련 발의 법안’ 등 국내 사례를 우선 살핀다. 이와 함께 독일과 대만 등 해외 과거사 사건 피해자 배·보상 사례도 참조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경제적 배·보상과 관련해 금액, 구체적 산정 기준, 지급 방식, 지급 대상 등에 대해 유족들과 논의를 검토하고 있다.


오영훈 "73년 한 해결 마침내...정부 배상 수용 의미 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제주 4·3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오영훈(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 의원은 “참극 73년의 해결을 마침내 이뤘다”며 “개정안에는 위자료 개념상 배상의 용어가 담겨 있고 배상의 용어를 정부가 수용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상의 기준을 한국전쟁 전후 발생한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의 희생자와 유족에게 판결로써 지급한 위자료 총액을 평균한 금액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슬픈 과거사 치유 움직임 가속도 붙어

지난해 제72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제주도]

이번 개정안 통과로 과거사 치유를 위한 움직임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형무소로 끌려간 군사재판 수형인은 법무부와 협의를 통해 일괄 직권재심으로 명예 회복이 가능하게 됐다. 또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에 여야가 추천한 각 2명의 위원을 추가하고, 추가 진상조사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도록 했다. 국회는 추가 진상조사 결과가 마무리되면 결과를 보고받고 공식 보고서를 채택한다.

또 일반재판 수형인 희생자는 개별 특별재심을 권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별적으로 재심을 신청해 개시까지 1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고 또 최종 결정까지 2년이 넘게 걸리던 재심 재판의 소요 기간이 단축된다.


제주 4·3 정명 찾는 진상조사에도 힘

2019년 제주 4·3 추념식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또 제주4·3의 바른 이름(정명)을 찾는 추가 진상조사에도 힘이 실렸다. 국회는 추가 진상조사와 관련해 제주4·3 중앙위원회에 여·야가 각 2명씩 추천한 위원을 추가해 진상조사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도록 했다. 또 제주4·3평화재단이 실질적으로 추가 진상조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막대한 예산 지출 불가피한 점 과제로

지난해 열린 제72주년 4.3 희생자 추념식. [제주도]

하지만 막대한 예산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지난 19대, 20대 국회에서도 정부가 난색을 보이면서 법안 통과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의 추계에 따르면 제주 4·3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배·보상액은 1인당 약 1억3000만원이다. 공식 피해자로 인정받은 1만4363명에게 지급한다면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 통과로 피해자 수가 더 늘어난다면 금액도 더 커질 전망이다.

오임종 4·3유족회장은 “국가가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도 환영했다. 전국 시민사회단체와 제주도 등 공공기관, 여·야 도당 등 124개 기관·단체가 참여한 ‘제주4·3특별법 개정 쟁취 공동행동’은 26일 논평을 내고 “이번 4·3특별법 개정은 4·3희생자 등을 위한 배·보상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고, 4·3 추가 진상조사를 위한 진전된 방안도 마련됐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4·3특별법 제정까지 52년, 또 한 걸음 내딛는데 21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 길이 4·3의 완전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며 “4·3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현실적 피해보상을 실현하고, 진정한 과거사 청산이라는 모두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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