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댄스'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낸 이들, 무엇이 달랐을까
[김형욱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폴 위의 그녀들> 포스터.? |
ⓒ 넷플릭스 |
'봉춤'이라고 불리는 폴댄스는 곡예의 일종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관능성 짙은 자세를 활용하려고 스트립 클럽에서 폴댄스를 가져왔고, 기계체조의 일환으로 일반인이라면 하기 어려운 동작을 주로 연마했다. 그런가 하면,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일반인 대상으로 한 피트니스의 한 방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폴 위의 그녀들>은 할리우드 배우 실라 켈리가 만든 인기 최고의 피트니스 'S 팩터 스튜디오'의 폴댄스 초급반 6개월 과정을 따라간다. 몸의 곡선이 S선같다는 이유로 'S 팩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성들은 왜 다양한 도시에서 그곳에 오게 되었고,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실라 켈리는 그들에게 어떤 새로운 삶을 선사해 줄 수 있을까. 과연 폴댄스만 춘다고 삶이 송두리째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변호사이자 폴댄스 선수 에이미는 5주 뒤에 있을 금문교 봉춤 챔피언십을 준비하는 여정을 따라간다. 그는 폴댄스로 고통스러운 삶을 치유받고 있었다.
몸과 다시 교감하기 위한 폴댄스
S 팩터의 6개월 초급자 과정의 처음은 몸과 마음을 터놓는 것이다. '왜'를 먼저 정립한 후 본격적으로 '어떻게'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실라 켈리가 밝힌 S 팩터의 이유는, 관능적인 동작으로 몸과 다시 교감하는 것이다. 하여 거울도 없고 평가도 없다. 이후 참가자들이 풀어놓는 참여의 이유는 비슷한 듯하면서 다르다.
살쪘다는 수치심으로 언젠가부터 거울을 보지 않게 되었다는 참여자, 평생 자신의 몸을 부정하면서 살아왔다는 참여자, 자신을 사랑하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는 참여자, 몸이 너무 조숙하게 태어나 놀림받지 않으려 평생 몸을 멀리했던 참여자, 최근 남편을 잃고 자신 그리고 사람들과 다시 친밀해지고 싶다는 참여자, 끔찍한 성추행을 당해 성을 멀리했다는 참여자 등 다른 듯하나 비슷한 점이 보인다.
그들은 폴댄스를 통해 몸의 족쇄를 풀고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 배우고 싶어 한다. 이들은 자신감을 되찾고 또 자신의 몸을 편하게 느끼고자 노력한다. 체력을 기르는 등 역량 강화의 역할도 뒤따른다. 몸과 마음을 두루두루 챙기고자 하는 바람이다.
한편, 대회를 준비하며 남다른 자세로 폴을 대하는 에이미도 S 팩터의 초급자들과 다름 없는 마음가짐이다.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부차적인 것이고, 사실 자신의 몸과의 관계를 재발견하려는 마음에서 시작해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잘 알지 못하는 것, 알면서도 숨겨 왔던 것, 알고 싶은 것들을 폴댄스로 알아가고 또 정립시키려는 것이다.
몸의 변화에서 삶의 변화까지
실라 켈리는 말한다, 우린 생명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이 문화는 여성들의 생명력을 뺏기만 한다고 말이다. 그녀는 폴댄스를 여성들의 생명력을 되찾는 여정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몸의 변화가 마음의 변화를, 마음의 변화가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여정이 계속될수록 참여자들의 분위기와 표정과 몸짓이 달라지는 게 보인다.
S 팩터는 변화하고 치유하고 자신을 되찾아가는 게 진정한 목적이기에 폴댄스 강사뿐만 아니라 심리학자이자 상담사인 버먼 박사를 대동해 얘기를 듣는데, 그녀가 말하길 과정의 목적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참여자들의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많은 참여자들은 그동안 어디서도 말하지 못했던 성폭력 피해 경험들을 고백하기도 한다. 그런데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참으로 많았다. 이들은 성을 멀리하고 억누르고 감추려 했다. 그녀들은 폴 위에서 비로소 자신의 성을 가까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폴댄스를 기술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대하는 이들에게 '제닌 버터플라이'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태양의 서커스단에서 5년 동안 공중 곡예사로 공연했던 그녀는 세계 폴댄스 챔피언이기도 하다. 그녀 또한 폴댄스가 치유이자 해방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다른 일은 전부 잊고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덕분에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제닌 버터플라이가 폴댄스를 공연의 일환으로만 대할 때 실라 켈리는 폴댄스를 교육의 일환으로 확장시킨 것. 그들은 따로 또 같이 폴댄스의 지평을 넓히고 폴댄스만의 깊이를 개척하고 있다.
몸을 돌보듯 마음을 돌보고, 마음을 챙기듯 몸을 챙긴다
내 몸을 좋아하고 신뢰하고 자랑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대다수가 꼴 보기 싫어하고 멀리하며 보여주기 꺼려할 것이다. 외형을 중시하는 시대에 내면을 받아들이고 챙겨야 한다는 생각의 발현이 잘못 받아들여진 게 아닌가 싶다. '몸=외모'인 건 분명하지만, 몸만 중시하는 세태를 멀리해야 하는 것이지 겉으로 드러난 '몸'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다큐멘터리가 지향하는 바가 '몸'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몸을 경시해 마음이 다친 이들을 치유하려는 목적이기에, 마음보다 몸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말이다. 또는 몸을 우선 챙겨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고 있다. 몸을 챙기듯 마음을 챙기고, 마음을 돌보듯 몸을 돌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몸과 마음, 즉 '심신(心身)'은 따로 아닌 같이 있어야만 한다.
필자 또한 봉춤 또는 폴댄스를 대하거나 생각할 때 부정적인 면모 혹은 일반적이지만은 않은 면모만 떠올랐었다. 몸에 대해 보수적이고 '잘못된' 선입관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폴 위의 그녀들>로 한순간에 180도 달라지진 못하겠지만 상당 부분 돌려놨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누군가도 그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럴 만한 충분한 힘을 가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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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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