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 안 친 '미나리', 건강한 맛 느껴보세요" [들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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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 속 순자(윤여정)의 대사는 스크린 밖에서도 유효하다.
지난해 세상에 나온 '미나리'는 전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74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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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영화”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적 드문 아칸소에서 농장을 꾸리는 제이콥(스티븐 연)·모니카(한예리) 부부, 그리고 그들의 어린 자식을 돌보기 위해 미국에 온 순자(윤여정)가 서로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은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정 감독은 “‘미나리’는 내게 개인적이고도 의미 있는 영화”라며 “하지만 ‘미나리’가 많은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건, 이것이 내 개인적인 이야기 혹은 이민자나 시대적인 상황(1980년대 미국)을 담은 이야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보편적인 인간관계,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사랑하며 위기를 해쳐나가는 가족의 모습에 공감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순자 역의 윤여정은 ‘미나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가 됐다. 그가 받은 트로피만 해도 벌써 26개. 윤여정은 “실제로 상패를 받은 건 하나뿐이라 실감을 못 하고 있다”면서 “‘나라가 넓으니까 상도 많은가보다’, 이런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순자는 한 마디로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다. 손주에게 화투를 가르치거나 한국식 욕을 하는 등 ‘한국 할머니’의 전형을 벗어나 있다. 윤여정은 “나와 정 감독이 함께 만든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이 탄생시킨 캐릭터지만 윤여정의 아이디어로 숨결을 얻은 인물이라서다. 순자가 손주들에게 밤을 씹어서 뱉어주는 장면이나,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대사 “원더풀” 모두 윤여정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음식’”
마치 한 가족처럼 생활했던 촬영 환경은 끈끈한 팀워크의 원천이 됐다. 한예리와 윤여정이 촬영 기간 내내 함께 머무른 집에 스티븐 연도 자주 오가며 마음을 나눴다. 한예리는 “그 집에 함께 모여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사를 구어체에 가깝게 바꾸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스티븐 연은 “가장 만족스럽고 좋았던 순간은 ‘음식’(을 나눠 먹던 때)”이라며 “서로 깊게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배우들의 ‘아지트’엔 깜짝 손님들도 있었다. 윤여정에게 ‘미나리’를 추천한 이인아 프로듀서와 촬영 현장을 구경하러 온 홍여울 번역가가 그들이다. 둘은 숙소에서 밥을 짓고 대본도 고쳐가면서 배우들과 동고동락했다. 윤여정은 “진짜 수고한 사람은 이인아·홍여울”이라고 강조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4세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에 정착한 스티븐 연은 제이콥을 연기하며 이민 1세대인 아버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예리 역시 ‘미나리’를 본 관객들이 부모님 세대와 소통할 지점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는 정 감독은 소회가 남달랐다. 그는 ‘미나리’를 식탁에 비유하면서 “우리의 식탁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언제든 와서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느끼시길 바란다”고 했다. 윤여정은 “시나리오에 조미료가 안 들어간 점이 좋았다. 굉장히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다. 건강하니까, 잡숴보세요”라고 권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판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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