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닌 행동으로 보여라"..하루만에 끝난 파월 효과
'바이든 행정부 어젠다 동조' 정치적 해석도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미국 증시가 국채 금리 급등 여파를 견뎌내지 못하고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 상원 청문회 발언을 통해 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 직후 증시 반등을 이뤄낸지 하루만에 그의 발언 효과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1.61%까지 치솟아 시장의 인플레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우려는 증시에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날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96.09포인트(2.45%) 떨어진 3,829.34에 마감했으며,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478.53포인트(3.52%) 하락한 13,119.43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시장은 Fed의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
이날 증시가 급락한 배경에는 시장이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증시분석기관 아카데미시큐리티의 피터 치르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인플레 우려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조만간 물가 급등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 우려를 일축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것이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24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도달하는 데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발언한지 하루만에 미 국채 시장이 급등, 파월 의장의 발언이 무색해졌다.
파월 의장의 발언 효과가 사라진 데에는 그의 낙관적 발언이 오히려 물가 상승을 용인해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더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단 시츠 PGI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파월 의장이 (국채) 금리 상승에 너무 낙관적이라면 시장은 그것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청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킨 셈"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파월의 ‘말’이 아닌 실질적인 행동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 통과는 물가를 끌어올릴 여지가 크기에 Fed의 선제적인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문회사 콜럼비아스레드니들의 에드 알-후사이니 수석 애널리스트는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은 말뿐이었지 그 이상은 없었다"며 그의 발언을 평가절하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그의 발언 효과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는 의미다. 그는 또 "Fed가 자산매입 정책 조정 등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채 금리는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켓워치는 "Fed가 국채 금리의 상승을 경기 회복의 신호로만 치부하는 것은 시장을 안심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의 바이든 행정부 어젠다 동조라는 정치적인 해석도
파월 의장의 언급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코드를 맞추기 위한 정책적인 발언일 뿐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상황에서 그가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동조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앨런 블라인더 전 Fed 부의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오직 경기 회복과 고용률 제고"라며 "이에 맞춰 물가의 안정적인 관리보다 경기 부양을 내세우고 있는 파월 의장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흡족해 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단 1석 차이로 아슬아슬한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초당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파월 의장을 재신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직 공화당원이자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파월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으로서 야당의 지지를 얻기 수월한 인사라는 의미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Fed 의장으로 지명된 이후 양당의 지지를 얻고 임명된 바 있다.
결국 자신의 경제적 어젠다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는 바이든 대통령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재신임을 받으려는 파월 의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마크 잔디 애널리스트는 "파월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 회복 기조에 전념하고 있다"며 "그가 4년 더 Fed 의장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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