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데뷔 첫 인터뷰' 김하경 "저도 눈물 살짝"

안희수 2021. 2.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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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 KOVO 제공

"저도 살짝 눈물이 났어요."

IBK기업은행 백업 세터 김하경(25)이 데뷔 처음으로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한 뒤 전한 심경이다.

'방출' 설움을 겪은 뒤에도 그는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결국 주연이 되어 조명받는 날이 찾아왔다. 김하경은 이제 순탄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을 자양분 삼아 성장 중이다.

기업은행은 24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흥국생명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2, 25-23, 25-23) 완승을 거뒀다. 시즌 13승14패, 승점 39점을 기록하며 한국도로공사를 끌어내리고 리그 3위를 탈환했다.

김하경은 승부처에서 활약했다. 기업은행이 8-11로 지고 있던 2세트, 주전 세터 조송화 대신 교체 투입돼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측면과 중앙에 고른 세트 분배로 기업은행의 득점력 향상을 이끌었다. 16-15로 역전한 상황에서는 재치 있는 '2단 패스 페인팅'을 성공했다. 김우재 기업은행 감독은 3세트도 김하경을 야전 사령관으로 내세웠다. 김하경은 유효블로킹 2개를 성공하며 전천후 활약을 보여줬다.

김하경은 경기 뒤 "인터뷰는 처음이다.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 보인 뒤 "살짝 울 뻔했다. 아니, 사실은 조금 눈물을 흘렸다. 프로 무대를 떠난 뒤 마음고생을 했던 시간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김하경은 2014~15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기업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세 시즌 동안 30경기 출전에 그쳤을 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결국 2016~17시즌 종료 뒤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김하경은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실업팀(대구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2019년 5월,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김하경을 중학교 시절부터 지켜봤던 김우재 감독이 기업은행 지휘봉을 잡았고, 백업 세터 보강이 필요했던 팀 상황과 맞물리며 재입단할 수 있었다.

김하경은 경기에 나설 때마다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 김우재 감독도 "백업 세터는 경기를 (주전 선수와 실전에서 호흡을 맞출 기회가 많지 않아서) 준비하는 과정이 더 힘들다. 그런 부분을 잘 이겨내며 좋은 모습을 보이는 김하경이 고맙다"고 했다.

얼마 전 GS칼텍스 센터 김유리가 데뷔 11년 만에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며 흘린 눈물이 배구 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팀 선배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팀을 떠난 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김하경은 "유리 선배 인터뷰를 보고 나도 울었다"고 했다. 김유리가 느꼈을 심정을 김하경이 누구보다 잘 안다.

이제 김하경도 앞을 바라보는 선수가 됐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김하경은 "방출됐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어떻게 할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내 역할이 생긴 지금은 '어떻게 하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봄 배구는 뛰어 보지 못했지만, 출전한다면 긴장하지 않고 뛰겠다"고 각오도 전했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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